커피 콩부인, Coffee Beanwife

커피 라이터, 콩부인입니다.

‘훈빈(Bean)’ 1호. 스마트폰으로 커피농가와 만나는 Traceable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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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공정무역의 달’이라고 합니다. 얼마전 커피가격의 투명성과 Direct Trade에 관한 글을 쓰면서 당분간 공정무역이나 직접무역처럼 커피 한잔에 가치를 담고 있으면서 맛까지 좋은, 그런 훈훈한 커피를 찾아 소개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공정무역 커피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이 곳 미국에도 만연하고, 저 역시 카페테리아나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성의없이 판매되는 공정무역 커피들 덕분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1인이었기에… 하지만 분명 이런 선입견에 억울해 할 좋은 품질의 사회적 커피들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한번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커피 농가를 위하면서도 맛도 좋은 ‘훈훈한 커피’, 바로 ‘훈빈(bean)’을 말이죠.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그 첫번째 ‘훈빈’을 찾은 것 같습니다.

예정된 만남, Traceable Coffee

지난 9월 29일은 바로 미국 커피의 날(National Coffee Day)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다양한 프로모션을 온오프라인에 내놓는 대형 커피업체들과 달리, 자신들의 커피와 커피산지 포토에세이 책을 상품으로 걸고 트위터로 소박하게 커피퀴즈를 내던Traceable Coffee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멘션을 날린 나…결국 운이 아닌 실력으로(=_=v) 이 완소 아이템의 당첨자가 되었다! 대체 이게 얼마만의 이벤트 당첨이던가…흐흑-

사실 이 Traceable커피와의 만남은 이미 운명처럼 예견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커피꿈까지 꾼 건 아니고, 며칠전 Direct Trade 관련 웹진 글을 쓰면서 우연히 검색에 걸려들었던 이름부터 특이한 이 추적가능한 커피(Traceable Coffee) 시스템.  말그대로 커피 생산자의 이력(커피농장 지리정보, 품종, 관련 비디오 등)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QR-code(정사각형의 바코드)를 각 커피 포장에 찍어서 판매하고, 또 그 커피 생산자에게 Tip을 송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는 결국 Pachamama Coffee Co-op이라는 5개국(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멕시코, 니카라과, 페루)의 커피 농장이 뭉쳐서 만든 일종의 커피 연합이 자신들이 재배한 커피를 직접 판매하는 시스템인 것. 커피 생산자들이 직접 로스팅과 소비자 유통까지 겸하며 온라인이나 각 지역별 Food Co-op마켓에서만 판매할 정도로 커피 생산자-소비자 간 중간 유통망이 최소화 되어 있었다. 결국 Traceable(추적가능) 시스템 덕분에 커피생산자와 소비자가 바코드 하나로 1대1 대면하는 모양새랄까? 말 그대로 Simply Direct!

아무튼 커피맛은 어떨지, 또 저 QR-코드를 찍으면 어떤 커피 농장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하던 내 애타는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알게된지 불과 며칠만에 뜻밖의 이벤트로 자연스럽게 그들의 커피를 맛보게 되다니..

내가 맛본 커피는 바로 Five Sisters라는 과테말라 프리미엄 블렌드. 포장지 아래 마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Pachamama의 커피는 모두 유기농(Oragnic), 공정무역(Fair-trade) 커피이고, 그 중 대부분은 나무그늘재배(Shade-Grown)라고 한다. 각 커피농가 스스로 커피의 품질과 환경 인증을 받으려 노력하고, 또 그걸 직접 소비자에게 자신있게 판매하려는 의지를 커피 포장에서 부터 느낄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로스팅 날짜가 표기가 없다는 것. 각국의 커피농가 연합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보낸 생두를 작은 배치로 로스팅하여 주문 후 이틀 안에 배송한다고 웹에 써있긴 했지만, 이왕이면 로스팅날짜도 있었으면…하는 욕심이 들었다. 하지만 대형 커피체인들도 절대 하지 않는 로스팅 날짜 표기를 이런 작은 규모의 농가연합에 요구하긴 힘들 것 같았고, 대신 웹에 안내된 대로라면 아마 맛으로 그 신선함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드디어 옆구리에 보이는 QR-코드. 내가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QR-스캔과 커피 생산자 역추적을 직접 경험해 볼 기회가 온 것이다. 먼저 잽싸게 커피물을 올리고, 그 사이 앱스토어에서 QR-Reader를 무료로 다운 받았다. 그리고…’훈빈’을 찾겠다는 열정으로 난생 처음 리뷰 비디오를 찍어 보는데… >.<; (비디오는 잠시 후에..)

커피 봉지를 살짝 가위로 따내고 코를 들이밀고 킁킁- 원두의 냄새를 맡으니 내가 좋아하는 과테말라 특유의 쵸콜릿 향과 기대했던 신선한 커피의 밝고 경쾌한 아로마가 느껴진다. 약간 걱정 했었던 로스팅은 우려와는 달리 Full-City(중간) 정도로 참 예쁘고 고른 색을 보이고 있었다. 조금 잘게 분쇄하고 나니 향긋한 과일 느낌과 쵸콜렛 향이 더 진해진다.

가장 아끼는 컵을 준비하고 하리오 드리퍼로 정성스레 시간과 온도까지 지켜가며 내려 한 모금 마신다. 꺄오~ 내가 찾던 ‘훈빈’이었다. 적당하고 밝은 신맛에 무척 달달함. 그리고 밀크 쵸콜렛 같이 풍부한 향미와 중간 정도의 바디감. 마치, 시골에 꽁꽁 감춰졌던 훈남 청년이 ‘나, 찾았어?.’라고 말하는 듯 했다. =_=; 내 생각이 맞았다. 어딘가 숨어있을 좋은 품질의 가치 돋는(^^;) 커피.

커피를 즐겁게 홀짝이며 이 커피의 고향 사람들과 소개팅 할 시간. QR-코드를 스캔하니 친근한 미소의 여성의 얼굴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과테말라 사람들의 저 정감있는 인상.^^b 이 커피 생산 책임자 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GPS를 눌러 이 커피의 농장 위치를 볼 수 있고, 또 해발 몇미터에서 길러졌고, 어떤 품종의 커피인지, 농장 규모와 관련 비디오까지 볼 수 있었다. 화상채팅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의 원산지와 생산자를 이렇게 한큐에 화면으로 볼 수 있다니… 오래 살진 않았지만 진짜 세상 좋아졌구나 싶다. 그리고, 이런 쿨~한 기술들이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데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열광했던 건, 맛 좋은 커피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직접 할 수 있는 Tip(팁송금) 기능이었다. 가장 힘든 육체적 노동으로 커피를 재배해 준 그들에게 가혹하게 적은 보상이 이 커피사슬의 가장 큰 문제일텐데, 이렇게나마 많이 부족한 커피 노동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직접 할 수 있다니…이게 가능했던거면 왜 이제서야 시작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 Traceable(추적가능) 시스템을 통해서 각 커피 생산자 앞으로 100달러가 송금되면 해당 농부에게 100%  전달한다고 한다. Traceable Coffee 웹에서 확인해 보니 내 커피 생산자는 팁이 꽤 많이 모아진 상태였다. 아…나만 맛있게 마신 건 아닌가 보다 싶다. 무척 기쁜 마음으로 커피한잔을 끝내고 오랜만에 기분좋은 송금을 해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날 좀 더 정확한 품질 확인을 위해서 갖고 있는 공정무역, 직접무역 커피들을 갖고 커핑(Cupping)을 해보았다. 로스팅 레벨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 커피의 경우 부드럽고 적당한 바디감, 좋은 단맛과 쵸콜렛 풍미, 무엇보다 마시고 난 후 쵸콜렛 잔향이 살짝 남았다 입안 깨끗하게 사라지는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가 인상적이었다. 신맛이나 과일풍미가 조금 더 강했어도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도 꽤 훌륭한 과테말라 커피임엔 틀림 없었다. 함께 맛본 여느 유명 로스터의 커피에 크게 뒤지지 않는 맛좋은 커피. 10점 만점 기준으로 8.5점을 주고 싶다. 아… 그 시골에 숨어있던 훈남 청년이 다시 나타나서 말한다. ‘나, 진짜 괜찮다니까..!’ >_<;

기술이 꼭 쓰여야 할 곳에 쓰인 덕분에 커피 농가와 좀 더 가깝게 교류할 수 있는 Traceable Coffee. 맛도 가격(1팩 340g 에 10.95~11.95달러/평균 13,500원 정도)도 그 취지도..’훈빈’ 1호로 낙점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들자면 꾸준한 품질관리를 위해 제3자의 품질 평가나 전문 로스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본인들도 분명 알고 있을꺼라 생각하고, 난 일단 꾸준히 마셔가며 그때그때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리뷰해주는 것으로 괜찮은 커피소비자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앞으로 이 커피는 온라인 구매를 해야겠다는 생각. (이유는 아래 그래프를 참조)

<로스팅 된 원두 1파운드를 아래 세가지 루트로 판매했을 때 커피 농부는 각각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그럼 전 이들의 다른 원산지 커피나, 또 다른 숨은 ‘훈빈(bean)’을 찾아서 조만간 ‘훈빈 2호’를 리뷰하겠습니다. ‘훈빈(bean)’  퐈이아!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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