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콩부인, Coffee Beanwife

커피 라이터, 콩부인입니다.

커피로 사는 사람들, Mané Alves @Coffee Lab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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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모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한적한 미국 시골마을 Waterbury.

이곳에 커피로 사는 사람들. 그들을 만나러 아침일찍 거친 호흡으로 콧속에 시골 공기 가득 채워가며 Coffee Lab으로 향한다. 귀에 꽂은 Jack Johnson의 노래가 시골풍경과 이토록 잘 어울릴줄이야…

사실 이곳은 Ben & Jerry 아이스크림과 Green Mountain Coffee라는 두 식음료 거성의 홈타운. 하지만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커피테이스터 Mané Alves가 운영하는 커피스쿨로 더 알려진 곳이기도…

당연히 커피덕후인 내게도 몇달 전부터 나름 유명관광지나 다름 없던 곳.

그런데 나 지금. 그곳 문 앞에 서있다!


빼꼼히 문을 열고 교육장으로 가는 길에 내 눈을 사로잡은 그녀. 내가 본 중 가장 큰 로스팅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커피, 그걸 막 볶아낸 탄탄한 근육과 착한 미소의 미녀로스터 Anji를 처음 본 순간. 누구라도 안 반할쏘냐. 게다가 연통에 문제가 생겼던 그날, 천장에 달린 파이프를 타고 내리며 캣우먼같은 해결사의 모습까지 보여준 그녀. 오고가는 사람들의 애정어린 시선을 한몸에 받던 인기 로스터 Anji Heath.

Coffee Lab과 같은 건물에서 운영되는 Vermont Artisan Coffee의 핵심 로스터인 그녀.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일곱살의 딸을 둔 싱글맘. 집이 가까운데다 근무시간도 유연해서 딸키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


딸 Felicia가 갓난 아기일 땐, 근육 만든다 생각하고 한쪽 어깨에 보자기로 묶고 일하기도 했다고…하하. 그런 그녀의 작업장 한쪽 벽에 붙어 있는 ‘Artisan 커피가 최고!’라며 딸이 어렸을적 그린 그림에 왜 내 마음이 다 훈훈하던지. 한없이 따뜻한 엄마미소에 쿨한 외모.  그녀를 처음 본 그날. 속으로 생각했다. ‘멋져!’란 말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거 아닐까?

22세때 서부의 작은 로스터리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시작. 로스팅을 보고 배우다 흘러흘러 이 동부 끝 작은 커피타운까지 오게 된 그녀. 커피로 살고 커피로 흘러가는 씩씩한 인생. 그런 그녀를 가까이서 짬짬이 보고 듣는 즐거움. 게다가 나중에 그녀가 직접 볶은 과테말라 커피를 아무도 모르게 선물받은 기쁨이란!

자. 드디어 아침  8시30분 부터 5일간의 SCAA Cupping Judge Course(미국 스페셜티커피연합 커핑 심판관 양성 과정) 시작. 고대하던 전문 커피 테이스터 Mané Alves를 만나는 순간. 두근두근… 와! 생각보다 젊고 날씬(?)한 중년남자의 등장에 교육생들 모두 반한 눈치. 그 중에서도 아마 내가 가장 큰 목소리로 인사했던 것 같다.

Hi Mané~!

이쯤에서 Mané 의 ‘커피, 너는 내 운명’ 을 말 안하고 넘어갈 순 없을 듯. 원래 와인 테이스터였던 그가 1992년에 코스타리카로 허니문을 갔다가 제대로된 커피를 맛보고 화들짝 놀랐던 그 날이 커피와 심각한(?) 첫 인연이었다고. 역시 맛에 민감한 혀의 소유자가 좋은 커피를 피해가기란 꽤나 어려운일지도…

고향이 포르투갈이고 스페인어에도 능통했던 그가 커피와의 운명적 만남 이후에 남미쪽 커피산지를 지역별로 근 한달씩 머물며 1년간 18개 도시를 여행했다는 이야기는 인터뷰 초반부터 나의 가슴을 마구 뛰게 했다.

왜냐면

‘커피, 너는 내게도 운명’이니까…

그런 Mané도 커피 테이스팅을 자신있게 하기까지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테이스팅 환경이 나름 일정하고 알콜이 든 와인에 비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맛이 자꾸 달라지는 커피테이스팅은 여전히 까탈스럽다고 한다. 게다가 아직도 커피맛을 배우는 중이란 걸 보면 커피, 거 참 쉽지 않은 음료임에는 틀림 없는 듯.

우연히 저녁식사 후에 그와 편히 독대할 기회 포착. 근데 이 소중한 시간에 ‘어떤 커피를 가장 좋아하세요?’라는 식상한 질문을 던지고만 나. 하지만 그의 유쾌한 대답. 만약 무인도에 꼭 한가지의 커피만 갖고 갈 수 있다면? 본인은 과테말라 커피를 들고 갈꺼라고. 우에우에테낭고를 비롯한 좋은 커피가 너무 많아서라는데…혹여 그게 안된다면 엘살바도르 커피라도 갖고 가고 싶은데 어떻게 둘 다 안되겠냐고 묻더군. 하하하- 덕분에 큰 소리로 웃는 나.

그럼 커피로 사는 사람들은 대체 하루에 몇잔의 커피를 마실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뻔한 질문 2탄을 날린다. 오후에 일로 하는 커핑때문인지 그는 주로 점심때까지 집중적으로 2-3잔의 커피를 즐긴다고 한다. 아침에 보통 더블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로 시작해서 점심 먹기 전에 에스프레소 한잔 더, 그리고 점심먹은 직후에 마무리로 한잔.

사이폰이나 에스프레소로 추출한 커피를 즐겨 마신다는 그도 저녁이후에는 커피를 자제한다는걸 보니, 내가 카페인에 꽤 강하긴 한거 같다. 매일 자정 근처에 심야커피 한 잔 마시고도 잘 자는 1인이라니…

교육이 한창이던 어느날. 점심식사 대신 이번엔 Anji와 수다를 떨고 있는 나. 초대형 로스터기 말고도 그곳엔 내 키만…하다기보단 조금 더 큰 로스터 두대가 있는데, 그 기계로 특별히 나와 그녀의 아픈 남자친구를 위해 직접 커피를 볶아주고 있는 Anji. 친절히 이것저것 알려주며 씩씩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그녀. 난 그저 멍하니 그녀의 커피향 나는 몸짓을 찍어대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저렇게 중간쯤 볶아진 커피의 향을 맡을 때라고 하는 그녀. 실제로도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커피가 전문 테이스터나 고객들에게 ‘Perfect’하단 소릴 들을 때, 당연하지만 정말 보람되고 기쁘다고. 하지만 아무리 씩씩한 그녀라도 종종 말썽 부리는 로스팅기계들과 혼자 싸워야 할 때는 꽤나 괴롭다고 한다. 특히 그런 연유로 보스인 Mané가 커피 테이스팅과 교육으로 자주 사무실을 비우는게 아쉽다고 하는걸 보면 상사가 자주 자리 비운다고 모두가 좋아하는 것 만은 아닌 듯.^^

사실 그닥 크지않은 규모의 로스팅 회사라 로스팅기계 빼고는 거의 다 수동이라고 한다. 사실 Anji가 민첩하고 근육질인 이유는 아마 생두포대를 꺼내오는 걸로 시작해서 로스팅, 패키징과 레이블링, 청소까지 모두 일일이 손으로 하기 때문일 듯. 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그녀. 그래도 일찌감치 뒷정리까지 마친 후, 오토바이를 타고 딸을 보러 유유히 떠날 땐, 나도 모르게 또 한번…‘너무 멋져!’

최근에 커퍼(Cupper:생두와 샘플 로스팅한 원두의 품질을 항목별 기준에 의해 점수로 평가하는 사람들)양성 교육자로써의  재미에 푹 빠져있는 Mané. 커피 테이스터와 선생님 중 뭐가 더 좋으냐는 질문에 대답을 망설일 정도라는데. 커퍼로써 좋은 커피를 찾을때 만큼, 자기가 가르친 커피제자들이 실력이 늘고 합격할때 너무 기쁘다는 그.

특히 아시아 커피인들의 진중한 수업태도에 반했다고 한다. 너무 편한 자세로 수업받던 브라질 학생 18명 중 오로지 2명만 합격했던 씁쓸한 기억을 꺼내어보는데….

하지만 최근 한국의 Q-grader열풍이 그저 유행 자격증으로 끝나 장롱행이 되지 않도록 Cupping(커핑)을 일상화하고, 커피산지도 많이 다니면서, 업계에 기여해야 한다고 몇번이나 강조!

매일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나는  22가지의 교육과 시험. 가르치는 동안 그 누구보다 진지한 선생님 Mané. 그리고 전문가의 손길을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하는 교육생들의 열기를 따라가느라 사실 난 흔한 말로 가랑이가 찢어질 뻔. 하지만 그의 조언대로 이렇게 정신없이 배울만한 커피 멘토를 찾는게 참 중요하겠단 생각이 든다. 나. 이 5일간 덕분에 정말 많이 배운 기분. 이제 앞으로의 커피멘토를 찾아야 하는 더 큰 숙제가 남아있지만…

5일간의 힘든 여정이 끝날때 쯤 근처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과 와인을 산 Mané. 모두 배운거 써먹느라 밥맛이 스페셜티냐 아니냐 등등 한창 농담하는 와중에 그가 와인 취향을 간단히 묻는다. 그리고 골라준 와인은 그간 내가 마셔본 와인 중 최고. 그 때. 나도 누구를 만나든 취향에 맞는 좋은 커피를 자신있게 골라줄 수 있는 전문가가 어서 되고싶은 조바심에 속이 탔다.

그리고 1주일 후. 우리집으로 배달된 Mané표 케냐피베리 한통. 꺄아! Cupping때 맛이 인상적이라고 했던 그 커피를 “Cheers!(건배!)”라는 짧은 메세지와 함께 집으로 보내준 것. 원래 훌륭했던 커피맛에 배려가 더해지니 이건 뭐, 당장 무인도로 들고 들어가고 싶을만큼 소중할 뿐.

Cheers!

Coffee Lab International 웹싸이트: http://www.coffeelab.com/

Point: 미 동북부에 위치한 Waterbury는 가을에 단풍이 아름다운 도시. Ben & Jerry 아이스크림 공장과 Green Mountain Coffee의 커피박물관 등 관광정보는 이곳 참조:http://www.waterbury.org/

주소: 80 Commercial Drive Waterbury, VT 05676 USA

*이 글은 잡지 ‘커피가게’ 9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5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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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드디어 커피테이스터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신거군요:) 저도 가을커피소풍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ㅎ 상쾌한 가을 풍경과 달콤 고소한 커피향이 가득한 커피타운이라니…부럽습니다. 그리고 저도 한국에서 불고 있는 큐그레이더 열풍(?!)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지만 큐 인증 받으신 분들이 얼마나 활용하시는지는 의문이 들더군요 늘어나는 큐그레이더 만큼 깊이있는 커피멘토, 한국의 커피산업에 도움이 되는 커퍼로서의 산지전문가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커피가게9월호에서 읽고 블로그에 남깁니다. 하하:)) 이번 글은 제게 커피공부에 게으름 피우지말라고 다그치는 듯한 글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WabaRyu

    October 15, 2010 at 5:04 am

    • 예습에 복습에 반성문까지..ㅎㅎㅎ 원체 작은 시골마을이라 요양(?)하기 좋을 것 같더군요. ^^
      전 커피공부라는 말에 아직 친해지질 못하겠어요. ‘공부’자가 들어가면 갑자기 왜 다 싫어지는지..크크- 다들 커피가 좋아 달려드는 분위기지만 이럴수록 더 여유를 갖고 꾸준히..차근차근 즐기면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튼 전 계속 커피 즐겁게 마시면서 소식 전하도록 할께요. 자주 들러주세요~^^

      Beanwife

      October 16, 2010 at 12:5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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