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투명하고 맛있는 커피를 위한 도전장, Direct Trade!
하루에 끼니보다 커피를 더 많이 내려 마시는 나. 워낙 음식도 국물류를 좋아하는 1인이기에 전생에 하마가 아니었나 싶기도…그런 내가 요즘 맛있게 마시는 커피들은 대부분 과일향이 풍부하고 투명한 잔에 담기어 조명에 비출땐 살짝 와인색을 띄는, 그렇게 눈으로도 마실 수 있게 해주는 커피다. 헌데 내가 마시고 있는 이런 커피들 대부분은 좋은 품질의 커피를 공급하는 커피농가에 시장 가격보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생산자와 직접무역(Direct trade)를 하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로스팅회사 출신이라는 것. 품질과 로스터리 명성이 더해지니 일반 커피들에 비해 조금 비싸긴 하지만, 이미 좋은 커피에 오감이 스포일된데다 커피농가에 조금 더 나은 가격을 준다는 말에 나는 옷과 장신구를 포기하고 결국 이들의 커피를 선택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윤리적 소비자(Ethical Consumer:제품 안에 담긴 인권, 환경 등 그 가치를 따져보고 선택하는 소비자)라고 하기에는 아직 무리다. 다만 커피만큼은 뿔테안경 쓰고 속으로 체크리스트를 표시하며 진열된 커피 포장지들을 꼼꼼히 따져보는 까탈스런 소비자이기에 요즘 품질과 커피농가의 수익, 두가지를 모두 고려해서 직접무역이나 COE 커피 (Cup Of Excellence:그 나라에서 생산된 각 농장별 커피를 공통양식으로 평가해 점수를 공개한 후, 상위 품질의 커피들을 인터넷 경매로 판매하는 프로그램)를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COE커피의 경우 원체 한 가격 하다보니 원두알 수를 세어가며 마셔야 하기에 주로 직접무역 커피를 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직접무역 프로그램으로 대체 얼만큼 커피농가에 지불되고 있는지, 정말 잘 하고 있는 건지, 나같은 의심많은 소비자에게 자세히 설명해 준 회사는 아직 없었다. 그런데 8월의 어느날 아침, 커피 애호가인 친구가 재전송해준 글 하나가 그런 내 속을 시원히 풀어주었는데…
“투명성과 커피가격 (Transparency and coffee prices)” by Tim Wendelboe
*Tim Wendelboe (2009-2010년 북유럽 로스터 대회 우승, 2005년 월드 커피 테이스터 챔피언, 2004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 큰 규모는 아니지만 커피 품질로 노르웨이를 넘어 북유럽의 탑로스터로 불리고 있음. 그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중 부분 발췌.
(원문출처: http://timwendelboe.no/2010/08/transparency-and-coffee-prices/)
커피가격
(생략)…약속한 대로, 나는 투명성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고 2010년에 우리가 생두를 구매하는데 지불한 FOB(Free On Board:운송 직전까지의 비용을 포함한 가격으로 뉴욕 선물거래 및 대부분 생산자와의 생두거래시 사용)기준 커피 1파운드 (약 453 그램) 당 금액(미국 달러 환산 금액)은 아래와 같다.
Panama, Hacienda la Esmeralda | $26.50 + packing (파나마 에스메랄다) |
Honduras, Cielito Lindo 2010 COE | $8.10 + packing (온두라스, 2010년 COE) |
El Salvador, Las Palmas 2010 COE | $5.31 + packing (엘살바도르, 2010년 COE) |
Honduras, Naciemento | $3.50 (온두라스) |
Honduras, Finca El Pantanal | $3.00 (온두라스) |
Guatemala, Santa Ana | $3.50 (과테말라) |
Kenya, Mugaga | $4.77 (케냐) |
Kenya, Tekangu | $5.23 (케냐) |
물론 위의 농장이 모두 같은 사이즈는 아니다. 예를들어 에스메랄다의 경우는 120Kg밖에 되질 않는다. 따라서올해 현재까지 우리가 구매한 생두 1파운드 당 평균가격은 5.06달러다. (참고로 2010년 상반기 뉴욕에서 거래되고 있는 일반 아라비카종 선물거래 월평균은 1.5~2달러)
추가 비용
이미 알고 있겠지만, 위 가격은 생두값만 계산한 것이다. 생두가 로스터리까지 도착하기까지 우리는 운송 및 취급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운송비는 원산지에 따라서 차이가 굉장히 많이날 수 있다. 우리가 이 비용까지 합산하면 커피값은 위 생두 가격의 25~30% 가량 비싸진다. 결국 위 커피가 노르웨이까지 도착했을 땐 평균 6.58 달러가 된다는 말이다.
또한 우리는 이런 커피들을 찾아 커피농가를 방문하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는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나는 올해 현재까지 케냐와 온두라스를 방문했고, 다음주엔 브라질, 10월에 콜롬비아, 11월엔 케냐에 다시 방문할 것이다.
이는 최고 60일의 여행에 해당되고 그 비용은 2010년에만 노르웨이 돈으로120,000 NOK, 미화 기준으로 20,200달러이다 (원화로는 2,337만원 가량). 내 회계사는 아마도 내가 여행에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생산지 여행은 꼭 필요하고 미래를 위한 좋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진지한 커피농부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가고 있으며, 미래를 위해 좋은 커피의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커피농부들과 원나잇 스탠드를 원하는 것이 아닌,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커피가 노르웨이에 도착하고 나면 로스팅을 해야 하고, 따라서 인건비, 배송트럭, 전기세 유지비 등과 같은 생산 비용을 또 비용에 추가해야 한다. 물론 노르웨이의 생활비는 콜롬비아보다 비싸다. 따라서 우리는 커피생산국가의 농부들이 그들의 생활비를 위해 이윤을 남기는 것 보다는 좀 더 많은 이윤을 남겨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바에서 맥주 한잔은 1달러이지만 노르웨이에서 맥주 한잔은 약 10달러다. (이하 생략)
아..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너 이거 궁금했던거지?’라고 말하듯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속이 시원해짐은 물론이고, 한 작은 커피회사에 대한 신뢰가 마음 깊은 곳에서 마구 샘솟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저 먼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젊은 커피인의 업에 대한 고집과 철학, 그리고 윤리적 기업에 대한 자신감이 모니터를 타고 미국 보스톤으로 전해져오고 있었다. 자선단체가 아닌 기업이 자신의 제품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한 행보인지 지금 주변에 있는 어떤 물건이라도 유심히 바라본다면 어느 것 하나 그 원가를 알고 산 물건이 없음을 알 수 있을것이다. (전 지금 제 아이폰을 보고 있습니다. ㅠ-ㅠ)
이런 것이 진짜 고객 서비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 이 글을 보고 자극 받았을 그간 내가 하마처럼 마시던 미국 Direct Trade 커피 로스터들의 반응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가 마신 커피들이 헛된 선택이 아닌 이 Tim Wendelboe커피처럼 농가들에 좀 더 많은 돈이 지불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관련 로스터리 웹들을 찾아보던 순간… 앗! 뭔가 찾았다.
미 동부지역의 많은 카페에 커피를 공급하고 있는 카운터컬쳐 로스터에서 이미 지난 5월, 2009년 직접무역으로 거래한 생두의 가격을 ‘투명성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웹에 공개했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고객 중 누군가 이런 정보를 요청해 왔었고, 그들이 생각하기에 요청받기 전에 먼저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진짜 투명성일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개를 결심하기로 했다고 한다. 화끈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b
표를 보면 FOB Price라고 적힌 부분이 농가에 지급된 비용이고, 거래당시 커피의 품질 점수(Cupping Score)와 언제부터 그 농장과 거래를 해왔는지를 알리는 Purchased Since항목이 보인다. 2009년의 경우 일반 아라비카종 뉴욕 선물시장 월평균가격이 1.4~1.5달러 수준이었고, 이 로스터리의 경우 다른 유명 로스터에 비해 소비자가격이 조금 싼 편임을 감안했을 때 생두 거래가격이 1.8~3.5 달러 사이라면 그들의 선언대로 좀 더 나은 가격을 지불하겠다던 말은 잘 이행한 것 같다. 토닥토닥~ 단, 아직까지 그들의 모든 커피가 Direct Trade 가 아니란 점이 아쉽긴 하지만 적어도 직접무역이라고 외친 커피들의 생두 원가 정보는 화끈하게 공개한 셈이다. 그리고 이에 감명 받아 영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애틀의 Kuma Coffee라는 곳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홈페이지에 원가 정보를 공개했다. 결국 카운터컬쳐의 투명성 보고서의 좋은 영향력이 전달된 것이다.
BRAZIL CANDADO ESTATE PULP NATURAL | $2.05/lb TO SERGIO DIAS OF JC COFFEE |
NEXT TRIP TO ORIGIN: EXPECTED 2014 |
GUATEMALA EL INJERTO QUETZALTENANGO MICROLOT | $3.50/lb TO ARTURO AGUIRRE OF FINCA EL INJERTO |
NEXT TRIP TO ORIGIN: PLANNED 2011 |
GUATEMALA FINCA VILLAURE | $2.95/lb TO EDWIN MARTINEZ OF ONYX COFFEE |
NEXT TRIP TO ORIGIN: PLANNED 2011 |
(출처: http://www.kumacoffee.com/statement.html)
아직 몇몇 소수지만 이런 윤리적 소비자를 향한 투명성 보고서에 난 사실 아직도 얼떨떨할 뿐이다. 생산자를 위한 여러 비영리기구의 활동이나 인증이 아닌 실제로 생산자와 거래를 하고 있는 일반 커피회사의 윤리적인 선택이나 노력이 가감없이 숫자로 보여지는데, 이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진작에 그랬어야지!’ 라고 말하기가 어색하다. 아마도 오랜기간 대형 커피회사들의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래정보 단절작전에 너무 길들여진 탓이 아닐까 싶은데…씁쓸~
보다 투명하고 맛좋은 커피를 위한 커피 다윗들의 행보에 큰 박수를 보내며…지금 나는, 카운터컬쳐 직접무역 커피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마음 같아선 노르웨이 Tim Wendelboe에 가장 먼저 커피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품질관리상 여기까진 배달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뭐, 근데 배달 안해줘도 고맙다. 좋은 영향력이 무엇인지 공짜로 배웠고, 지금 이렇게 태평양 건너 한국에 전달할 수 있으니…
자 이젠, 한국의 커피 다윗이 나올 차례가 아닐까?
라떼위주의 한국 커피시장에서 맛을 넘어 소비이념으로 승부할
커피 다윗이 나오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적어도 콩부인님 같이 선한 영향력을 자발적으로 끼치시는 분들 덕분에 나올 날이 당겨질 것 같긴 합니다!
백주흠
November 10, 2010 at 8:34 am
앗. 제 본심이 전해졌나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시장과 트렌드는 항상 변화하고 있고, 어쩌면 잘 몰라서 못하는 걸 수도 있으니…언젠가 좋은 소식 있겠죠?
Beanwife
November 10, 2010 at 9:54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