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콩부인, Coffee Beanwife

커피 라이터, 콩부인입니다.

포장지 타입별로 배우는 커피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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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자마자 나도 모르게 시작한 월동준비. 뭐 언제는 안 마셨냐만은 찬바람과 함께 여름내내 즐겨찾던 새콤달콤한 커피 보다는 묵직하면서도 다크 쵸콜릿향이 나는 커피를 찾게 되고, 이상하게 밤이 되면 추억이라도 얽힌 커피를 다시 찾아 마셔보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날 밤, 느닷없이 빈 커피 포장지가 잔뜩 든 가방 하나를 뒤적이는 나.

혹시라도 그 안에 러브레터라도 발견할까 싶었지만, 뭐 빈 포장지에 한 두알씩 남아 있는 커피콩 때문에 벌레라도 나올까봐 현실은 초긴장 상태였다. >.<; 빈 포장지들을 꺼내어 거기 적힌 로스팅 날짜들을 보니 무섭게 흘러가는 시간에 한숨이 나기도 한다. 흑- 그렇게 한창 추억놀이를 하려던 찰나, 다양한 커피 포장지들과 그 위에 제멋대로 적힌 정보들을 보니 뭔가 재밌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흥, 로맨스 따위 필요없다구!

미국의 경우 로스팅 된 커피 한 백(bag)당 소비자 가격 약 10~20달러(약 11,000~22,000원) 수준이고 이에 커피의 품질과 중량을 조정해서 판매한다. 보통 COE(Cup of Excellence:컵오브엑설런스)급 커피는 8온스(226그램), 스페셜티급 커피는 12온스(340그램), 그 외 마트나 대형 커피전문점 커피는 1파운드(453그램)정도를 담아 판매한다. 웬만하면 커피의 원산지와 농장,로스팅 날짜는 꼭 확인하는 터라 대부분 중소형 로스터리에서 원두를 구매해왔는데 이렇게 모아놓고 자세히 보니 그런 필수정보는 물론이고, 그 이상의 주옥같은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모범 포장지들이 있어 타입별로 소개해 볼까 한다. (혈액형 타입에 정통하신 분들이라면 한번 매치 시켜봐도 좋을 듯 하네요.^^)

1. 있는 그대로 다 말하는 타입

COE 커피의 경우 이미 인터넷 경매 시 해당 커피의 농장정보, 테이스팅 점수, 거래 가격 등이 공개되어 있고, 또 이런 커피들은 경매에 낙찰된 순간부터 언제 판매되는지를 커피애호가들이 목빠지게 기다리는 터라 굳이 정보를 숨길 이유가 없다. 그래서일까? 다들 가능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기세로 포장지에 참 빼곡히도 적어 놓았다.

왼쪽이 올해 가장 경매열기가 뜨거웠던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 보통 유명 농장 커피의 경우 커피이름에 원산지 뿐 아니라 농장 이름을 적어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 커피도 역시나 최고가에 낙찰된 경작지 이름인 ‘Mario Carnival’을 부제로 적어 놓았다. 찬찬히 사진을 뜯어 보면 왼쪽켠엔 커피의 맛을 설명하는 테이스팅노트가 깨알같이 적혀있고, 그 밑에는 열대우림인증(Rainforest)을 포함한 다양한 인증마크를 표기했다. 그리고 오른쪽 표엔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Region(재배지역), Varietal(커피품종:품종별로 형태와 맛이 다름), Farm(농장), Altitude(재배고도:보통 1200~1600m에서 생산된 커피의 품질이 좋다고 알려짐), Farmer(농부), Roast(볶은 정도), Note(그밖의 특징), Freshly Roasted(커피 볶은 날)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

오른쪽 커피는 Brazil COE커피인데 COE공식 스티커까지 포장지 이마에 떡하니 붙여놓고 자랑이 대단하다. 역시 위 커피처럼 Santa Helena라는 해당 COE농장 이름을 적어 놓았다. 자세히 훑어 보면 위의 커피에서 표기한 정보 외에도 COE lot(몇번 경작지)인지, Cupping(커핑점수)는 몇점 받았는지, Processing(커피 프로세싱)은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추가로 적어 놓았고, 가장 특이한건 Agtron(애그트론:커피 색깔로 로스팅 정도를 측정하는 기계)수치까지 표기해서 나같은 커피 덕후들이 엄지를 들어줄 만한 정보까지 소개하고 있다. 후아~ ^^b 사실 이 커피의 경우,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까지 친절히 적어준 덕에 매번 마시면서 커피 학습이 가능했던 포장지 중 하나였다.

2.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타입

이번엔 커피회사에서 추구하는 가치관을 그대로 포장지에 옮겨적는 타입 소개. 왼쪽 사진 중간에 보면Direct Trade(직접무역)이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는 해당 농장명을 굵은 글씨로 길~게 적어 놓았다. 그리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Bourbon, Pacas라는 커피 품종을 적어 놓았는데 Single Origin(단일 원산지) 커피라고 하더라도 한 농장에서 두가지 이상의 다른 품종의 커피를 재배하고 또 그걸 볶아서 판매하기도 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한가지 특이한 건 그 밑에 Annual Harvest: December 2009~March 2010(연 수확기간: 2009년 12월~2010년 3월)이라고 적힌 문구인데 말그대로 해당 커피가 수확된 시기를 표기한 것이다. 이 커피회사에서 남달리 추구하는 것이 바로 Direct Trade(직접무역)과 Seasonality(시즌성: 제철과일처럼 커피체리도 수확 시점과 신선도를 강조)인데 해당 커피 재배후 그 품질이 유지되는 동안은 저렇게 오른쪽 위에 초록색 “In Season(제철)”이라는 스티커를 붙여서 판매한다. 이 커피가 로스팅 되었던 날짜가 3월 17일인걸 보니 내가 겨울에 귤까먹듯 제철에 이 신선한 커피를 마셨던 거구나 싶다. 유후~

그리고 그 밑에는 해당 커피의 맛을 설명하는 유려한 테이스팅 노트가 적혀있는데 커피를 구매할때 내가 좋아하는 맛인지를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농장 및 지역정보와 로스팅 날짜(바코드 위)까지 확인 완료!

3. 자신감 넘치는 커피장인 타입

이번엔 작지만 장인스러운 고집과 노력으로 커피업계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한 로스터리의 작품. 왼쪽의 과테말라 커피 포장지를 보면 El Bosque라는 이름 밑에 2010년이 이 커피가 재배된 해다. 위에서 말했던 시즌성과 같이 햅쌀처럼 커피도 햅커피를 따져보란 얘기. 이러다가 곧 원산지보다도 각 해의 작황상태와 커피의 빈티지를 더 많이 따져볼 날이 올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밑에 재배지역과 도시 외에 Mill(커피 프로세싱 공장:커피체리를 제거하고 씻어 말리는 커피 방앗간)을 표기 한게 눈에 띈다. 케냐의 경우 농장보다 해당 지역의 유명Mill이 생두 품질을 대표하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또 나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밑에 Storage(보관방법)에 Grain Pro라고 적어 놓았는데 이는 생두를 어떤 백에 담아서 운송하고 보관했는지를 표기하는 것. 최근 GrainPro(그레인프로)라는 백이 신선도 유지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결국 ‘우리 커피 이렇게 잘 보관했어.’라고 말하고 싶은거라고 보면 될 듯 하다.^^;

그리고 그 밑에 washed bourbon coffee라는 표기는 이 커피가 수세식 버본 품종이라는 걸 말한다. 아마 커피애호가라면 수세식 공정이라 좀 더 깔끔하고 밸런스가 좋을거란 기대감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밑에 친근한 필체의 해당 로스터의 친필싸인과 로스팅 날짜를 확인할 수 있고, 무엇보다 커피소비자가 열광해 마지않을 ‘어떻게 내려마실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다. Pour over(핸드드립)으로 #01(1인)기준. 커피18그램 에 물 210ml를 내리고, 물온도는 91도로… 레시피의 경우 각각의 커피에 가장 이상적인 추출을 직접 고민한 후에 어떤 커피는 융드립, 혹은 사이폰 커피로 어떻게 내릴지까지 표기하는 세심함까지 보여준다.

자 오른쪽 사진은 같은 로스터의 에스프레소 블렌드. 한눈에 볼 수 있듯이 블렌딩한 커피 정보 뿐만 아니라 각각의 비율까지 공개하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보통 블렌딩 비율은 며느리도 모르는 로스터의 노하우로 쉬쉬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들이 판매중인 단일원산지 커피를 섞어서 블렌딩하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자신있게 레시피까지 공개하는 걸 보면 이들의 자신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포장지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4. 두리뭉실~ 눈가리고 아웅 타입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꺼려하는 타입의 커피 포장지를 소개하고 마치려고 한다. 나 같은 자가 핸드드립형 소비자에게 중요한 원산지, 농장, 로스팅 날짜 대신 두리뭉실하게 커피 생산국 전체를 통칭하거나 아래 사진처럼 Use by~ 또는 Enjoy before~ 같이 1년여의 유통기한을 볶은날짜 대신 표기한 포장들. 대부분 큰 커피 전문점 원두포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기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주변 커피애호가들은 이미 이 꼼수를 알고 있기에 적혀있는 유통기한 빼기 1년 정도를 볶은 날짜로 계산해서 가장 최근 것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추정치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런 잔머리 싸움이 소비자나 업체간에 도움될 것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원두커피의 맛과 정보에 점점 해박해져 가는 커피소비자들과 앞에 소개한 알찬 정보로 지면을 깨알같이 채워가는 인기 업체들을 봤을때, 이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불투명한 포장지들도 결국엔 조금씩 투명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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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큰 커피 전문점 원두포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기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주변 커피애호가들은 이미 이 꼼수를 알고 있기에 적혀있는 유통기한 빼기 1년 정도를 볶은 날짜로 계산해서 가장 최근 것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추정치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런 잔머리 싸움이 소비자나 업체간에 도움될 것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원두커피의 맛과 정보에 점점 해박해져 가는 커피소비자들과 앞에 소개한 알찬 정보로 지면을 깨알같이 채워가는 인기 업체들을 봤을때, 이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불투명한 포장지들도 결국엔 조금씩 투명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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