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인디카페. 달콤한 커피 웨이브 Ritual Coffee Roasters
Mission District. 젊은 히피들과 자유분방한 클럽이 많은 이 지역에서 빨간 깃발을 흔드는 커피집이 바로Ritual Coffee Roasters(리추얼 커피 로스터). 얼핏 터키 국기가 연상되는 ‘별이 뜬 커피잔’ 로고. 사실 리추얼은 커피를 볶는 로스터리 외에 카페는 여기 단 한 곳 뿐임에도 불구하고, 달달하고 마우스필이 좋은 원두로 미국 커피덕후들 사이에서는 덩치에 비해 꽤 유명한 곳이다.
앞에서 소개한 커피웨이브의 리더답게 이곳은 직접 무역, Seasonal커피(제철 커피:제철 과일처럼 그 해 수확된 신선한 생두를 볶아서 판매)에 힘쓸 뿐만 아니라 미국 커피 테이스터 2회 연속(2009/2010) 챔피언 Ben Kaminsky(벤 카민스키)가 품질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말 그대로 최고의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말로만 듣던 그 곳에 와서 단 한가지의 커피를 고르자니 커피욕심에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 다행히 친절한 테이스팅 노트를 보고 고심끝에 콜롬비아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직접 동을 두들겨 만들었다는 빈티지 스타일의 바도 멋스럽고 신기했지만, 독특하게 숟가락으로 휘저어 내리는 추출방법은 꽤나 충격이었다. 오늘 제대로 ‘히피 커피’를 마시겠구나…
사실 커피 내리는 모양만 봐선 ‘엥? 성의 없이 이게 뭐야?’라는 반응을 보일 뻔 했지만, 일단 한모금 들이키니 생각이 달라진다. 설탕없이도 달달한, 그리고 바닐라와 과일향에 부드러운 바디감까지 마냥 즐거운… 쳇! 그간 인내의 핸드드립을 하며 보낸 시간이 억울할 만큼 달달하고 맛의 밸런스가 잘 잡힌…잔 위로 별이 뜨는 맛이었다.
멀리서 찾아 왔다는 말에 다시 일터로 돌아온 Ben. ‘신의 혀’를 가진 커피 테이스터 챔피언이니 입맛 만큼 꽤나 까탈스런 사람이 아닐까 상상했으나, 다행히 그저 건실하고 차분한 커피 청년이었다.
직접 농가에서 소싱한 커피와, 그 맛을 컨트롤하는 책임자로써 리추얼커피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해 보였다. 또한 고객들에게 핸드드립으로 좋은 커피를 내려마시는 커피문화를 설파하려는 목표와 계획은 더욱 더 분명했다. 독특한 핸드드립 바와 쉬워 보이는 추출법도 사실은 손님들이 커피를 내리는 광경을 가까이 지켜보며 배울 수 도록있 기획했고, 조만간 크게 확장할 원두 판매대와 매주 금요일 마다 열리는 커피 테이스팅 이벤트까지…알차고 야심찬 계획들이었다. 순간 내가 이 지역 주민이 아닌게 어찌나 안타깝던지!
그런 나의 아쉬움이 하늘까지 닿은걸까? 운 좋게도 다음날 커피 테이스팅 이벤트가 있어 리추얼의 커피 셀렉션을 대부분 맛볼 수 있는 대박 찬스를 얻게 되었다. 책임 로스터 Steve Ford가 커피 큐레이터가 되어 들려주는 각 커피별 재배환경과 소싱 이야기. 알고 마시니 커피컵 하나하나에 더 정이 갈 수 밖에…
전체적으로 스페셜티급의 달달하고 부드러웠던 커피 테이스팅이 끝나고 Steve의 추천으로 마셔본 이곳의 시즈널(Seasonal:제철) 에스프레소 한잔. 레몬의 상큼함과 신선함이 ‘더블 레인보우’라는 커피의 이름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제 마실 만큼 다 마신 것 같은데…어째 이번엔 찍고 턴 할 타이밍에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
결국 달콤한 커피의 미련으로 카페탐방 최초로 세번이나 방문하게 된 리추얼 커피. 책임 로스터인 Steve의 따뜻한 배려로 로스터리에 들러 생두창고에 앉아 진지한 커피수다도 나눠볼 수 있었다.
수다 도중 한국의 비효율적인 생두 유통망과 비싼 가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는 그가 좋은 생두 확보를 위해선 작은 로스터리들이 똘똘 뭉쳐 직접 소싱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조심스레 전하는 걸 보며, 꽤 유난스러웠던 리추얼을 향한 나의 끌림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커피만큼 스윗(Sweet)했던 이 곳의 사람들… 아마 커피 만큼이나 오래오래 기억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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