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커피 풀코스’ at RBC NYC
맨하탄 유일의 Slayer espresso machine(전세계 20여대 정도만 카페에서 사용 중인 흔치 않고 비싸기로 유명한 수제 에스프레소기계), 스포츠바에나 있을 법한 벽걸이TV 가 두대나 걸려있는, 그리고 꽤나 특별한 베트남커피를 만든다는…뉴욕 Tribeca에 위치한 RBC NYC.
이 곳에 대해 내가 들은 이야기들. 도통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더욱 더 궁금했던 곳. 나 만큼 커피에 미쳐있는 친구 Ben이 여름동안 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한다는 말에 단숨에 달려가는 나. 친구가 일하는 카페만큼 문턱 낮은 곳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또 한명, 뉴욕 커피매니아 피터까지 합류하기로 한 오늘. 아침부터 커피에 의한, 커피를 위한 RBC 카페회동에 발걸음이 바쁘다.
초행길에 꽤나 헤매는 나. 오랜만에 만나는 광화문스런 널찍하고 깔끔한 도로풍경이 새롭다. 허나 분명히 있어야 할 곳에 보이질 않아 한참을 헤맨 끝에 찾은 칠판글씨 ‘RBC NYC.’ 아…커피 마시고 내가 다시 써줘야 할 것 같은 저 서투른 글씨라니…혹시 Ben이 쓴걸까도 싶다. 친구야… =_=;
이른 아침 카페인 행렬을 해치우고 조금 한산한 듯한 카페. 높은 천장과 말로만 듣던 커다란 벽걸이 TV가 눈을 사로 잡는다. 저…정말이로구나! 평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거슬림은 없다. 게다가 카페홍보 영상이 아닌 진짜 케이블 채널을 틀어놓으니 적어도 일하는 사람도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기대하지 않았던 눈요기거리가 되는 듯.
조금은 신경이 곤두서 보이는 카페 매니저 때문에 조심스레 눈짓으로 아는척 하는 친구. 오호~ 말로만 듣던 근사한 Slayer 머신 앞에 서있으니 근사한 바리스타처럼 보이는구나. 왠지 자랑스러운걸? 잠복하는 군용 전투기모냥 시크하면서도 뭔가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Slayer espresso machine. 그리고 그 앞에 서서 커피에 집중한 모습이 사뭇 진지한 파일럿 같기도 하다. 벽걸이 TV와 평범치 않은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니…뭔가 익숙치 않은 분위기에 촌스럽게 살짝 긴장되는 1인.
매장 뒷편에 가지런히 진열된 다양한 커피도구들이 말해주듯 다양한 메뉴에 몹시 고민되기 시작. 아아~가장 괴로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다행히 결단력 지수가 높은 친구가 과감히 골라준 커피 3종세트를 주문하기로. 일단 더위를 식히는 애피타이저로 Cold brew(찬물로 추출한 커피:우리나라에서 흔히 더치커피라고 부르는)커피를, 이어서 따뜻하고 진한 국물(?)의 Aeropress(에어로프레스:프렌치프레스 원리를 응용한 추출도구)커피를 메인 메뉴로,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는 베트남 커피! 이렇게 세잔을 한꺼번에 주문하니 결국 ‘커피 풀코스’가 되는구나. 좋아! ^-^b
하리오 워터드랍(water drop) 기구로 오랜시간 추출했다는 Coldbrew커피로 일단 목을 축이는 피터와 나. 이젠 웬만한 아이스커피로는 성이 안 차는 까탈스런 아이스커피 입을 갖게된 우리. 한모금 마시고는 서로 눈빛으로 맛에 대한 평을 교환해본다.
‘어때?’
‘나쁘지 않은걸. 넌?’
’묵직함은 조금 아쉽지만 여느 카페에서 맛보기 힘든 커피향이 살아 있어서 괜찮아.’
’나도. 묵직한 더치커피가 레드와인이라면 이건 상큼한 화이트와인 정도?’
눈빛으로 교환된 피터와 나의 애피타이저 평. 푸훗-
잠시 한가한 틈을 타 Ben이 또 다시 진지한 얼굴을 하고 Aeropress(에어로프레스)로에티오피아 Sidama(Sidamo로 흔히 알려져있지만 원래 Sidama가 맞는 표기라고합니다)를 메인커피로 내려준다. 꼭 주사기를 거꾸로 엎어놓은 모양의 도구에 조금 가늘게 분쇄한 커피를 넣고 약간의 물을 부어 프렌치프레스 추출하듯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남은 물을 붓는다. 약 1 분간 추출한 후에 위에서 천천히 주사기 누르듯 내려주면 찌꺼기는 통에 남긴채 약간의 압력을 통해 내려진 진하고 깔끔한 시다마커피 추출 끝!
약간 긴장된 눈빛으로 나의 시음평을 기다리는 Ben. 크크- 기다려보라구 친구! 한모금 살짝 입에 머금고 내가 아는 그 에티오피아 시다마 커피가 맞는지 확인해 본다. 어라? 이거 뭔가 새롭잖아?! 시다마 커피의 향긋함과 상큼한 과일맛에 바디감이 좀 더해져서 훨씬 더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게다가 끝맛은 여전히 깔끔하면서도 깊고 은은한 향만 입안에 남긴채 천천히 사라져가는데…친구! 이거 너무 맛있는데? 호들갑 떨며 자리에 앉지도 않고 카운터에 서서 몇모금을 더 홀짝이며 커피 칭찬을 늘어놓는 커피푼수. -_-;; 앉아있던 피터도 궁금해서 일어나 동참하더니 결국 셋이 서서 커피 한잔을 놓고 이러쿵저러쿵…이건 마치 메인요리를 주방에 서서 먹는 꼴이라니. >.<
한창 메인커피로 법썩을 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가 부른다.‘베트남커피 나왔어.’헉- 커피 풀코스도 소화시키기가 만만치 않구나. RBC카페 메인 바리스타의 시그너쳐 드링크인 베트남 커피. 투명하고 작은 유리잔에 3단 무스케잌처럼 올려진 고운 모양에 그만 넋놓고 소리칠 뻔한 나. 그간 보아온 커피중에 가장 독특하면서도 먹음직스러운 커피가 아니던가!
연유위에 진짜 베트남 로부스타 원두로 뽑아낸 에스프레소, 그리고 그 위를 아름답게 장식한 약간의 우유거품까지…숟가락으로 휘저어 마셔야 하건만 몇번을 망설일 만큼 선뜻 이 아름다운 레이어를 망가뜨리리는게 잔인하단 생각마저 든다. 결국 눈 한번 질끈 감고 살짝 휘저어 꿀떡~ 한모금 삼키니 쌉쌀한 에스프레소와 달콤한 연유가 만나 달콤쌉싸름하단 식상한 표현으론 다 담지 못할 짜릿함 마저 느껴지는데…새로운 디저트 커피의 세계에 드디어 눈을 뜬 듯한 이 기분. 과연 오늘의 풀코스 하일라이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화려한 마무리.
게눈 감추듯 후릅~후릅~ 몇모금에 사라진 베트남 커피. 이런저런 다양한 커피 풀코스를 마치고나니, 생전 처음 가보는 요리집에서 호강하고 나온 듯한 포만감은 물론, 자꾸만 그 맛을 되뇌이고 있다. 뭐 하나 평범한 게 없는 카페에서 평범한 내가 맛본 오늘의 커피 풀코스는,
그저. 참. 특별했다고..!
주소: 71 Worth Street, New York, NY, 10013
*숨어있는 카페들을 소개하는 커피잡지, ‘커피가게’ 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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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al guide
May 4, 2014 at 10:36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