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콩부인, Coffee Beanwife

커피 라이터, 콩부인입니다.

Terroir Coffee(테루아 커피) 방문기 1탄. ‘커피는 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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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 처럼 새로 산 커피 한봉지, Terroir(테루아) 의 과테말라 커피를 뜯고 깊이 음미하던 그날. ‘헉. 내 스타일이다!’라는 소리가 절로 날 만큼 가벼운 로스팅과 좋은 원두에서 나는 섬세하고 다양한 맛들. 또 참지 못하고 트위터를 통해 자랑하기 바쁜 나. ‘여기, 좋은 커피 심봤다~’>.<;

로스팅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선한 원두를 구입할 때면 항상 프렌치프레스로 커피를 우려내 Cupping(커핑)하는 기분으로 원두의 다양한 맛을 즐겨보곤 하는데, 이날 El Vergel이라는 이 과테말라산 커피는 고급스러운 아몬드 초콜릿 같은 풍미와 상큼한 체리의 향이 함께 뒤섞여 혀 끝을 마냥 즐겁게 해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테루아커피 관계자에게서 온 메일. ‘우리 로스터리에 한 번 놀러오지 않을래요? 조만간 초대할게요.’

며칠 뒤, 난 그렇게 보스톤 근교도시 Acton에 위치한 George Howell(죠지하웰)의 Terroir Coffee (테루아 커피)에 초대 되었다.

회사명 앞에 ‘누구누구의~’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에서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Terroir(테루아)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의 선구자이자 Cup of Excellence(COE)프로그램 창단 멤버로 유명한, 그리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보스톤 지역 스타벅스의 전신인 Coffee Connection 프렌차이즈 경영자였던 George Howell(죠지하웰)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고품질 생두 로스팅 전문 회사. 경력이 말해주듯 반평생이 커피와 함께였던 전설같은 커피인을 보스톤에 살면서 언젠가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이렇게 느닷없이 꿈이 이루어 지다니… 나, 지금 떨고있니…=_=;

작은 외곽 도시에(논밭이 나오기 시작했음^^) 조용히 자리잡은 테루아 본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와 동행한Simon cafe사장님을 호기심과 반가움으로 환영해주는 사무실 식구들. 가족같은 분위기.내가 기대했던 커피회사의 따뜻함이 있었다. 특히 이 날은 로스터기계 두 대 중 한대에 문제가 생긴 응급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초대한 손님들에 대한 예우는 오히려 더 깍듯했다.

게다가 회사 사장님인 George Howell(죠지하웰)이 친히 전용가이드가 되어 회사 안의 cupping room(커핑공간), 커피 창고, 로스터실을 돌며 하나하나 자세한 안내를 해주다니… 모든 것이 다 기대 이상이었다.

‘테루아 커피는 과학입니다.’

커핑룸 한켠에 가득 놓인 커피 추출기들. 일본 핸드드립도구는 물론 핫한 커피 메이커들이 늘어서 있고, 그 중에서도 Bunn사의 TrifectaSCAA인증 커피메이커 Technivorm Brewer가 눈에 띄었다. (단, Clover 와 더불어 Trifecta에 대해선 죠지하웰에게 그닥 좋은 평을 듣진 못했음.) 그리고 스포츠카 모양을 하고선 카페인 충전 대기중인 멋진 La Marzocco의 Mistral espresso 기계까지… 이곳에선 커피 골든컵을 찾기 위해 온갖 추출 도구들을 실험해 보는 듯 했고, 또 갓 태어난 각종 커피 도구들도 그 성능을 제대로 평가받고자 좋은 커피와 테이스터가 있는 곳으로 알아서들 모여드는 듯 했다. 그리고 난…그래! 바로 여기가 천국이지 싶었다. ㅋㅋ

한창 로스터기 문제로 꽤 난감한 상황이었을텐데 그 문제의 로스터기로 볶아진 커피 샘플의 낮은 TDS측정치를 보여주며, 골든컵을 찾기 위한 그들의 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그간 말로만 듣고 처음 보는Refractometer(굴절률 측정기: 추출된 커피의 밀도(TDS)를 알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Extraction Yield Rate(커피 추출 비율)을 역으로 계산해 볼 수 있음)를 커피에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커피는 과학입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측정기와 추출 프로파일 관련해서는 향후에 ‘머리에 쥐나는 커피 수학’으로 별도 포스팅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천막을 지나 커피 보관 창고로. 사실 테루아 커피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생두 보관 방법이다. 바로 ‘얼리기’공법! 커피도 각각의 시즌이 있기에 제철에 수확한 생두를 최대한 빨리 로스팅하고 빨리 마시는 것이 미덕이지만, 그 재고라는 것은 커피에도 골치 아픈 문제일 수 밖에. 그래서 이곳에서는 생두를 원산지에서 배달 받은 후 2-3주 안에 로스팅 할 분량만 일반 창고에 Grain pro에 담긴채로 보관하고, 그 이상 보관해야 할 커피의 경우엔 바로 냉동창고에 아래 사진처럼 작은 단위로 밀폐된 포장 채로 얼렸다가 향후에 로스팅 하기 1-2주 전에 꺼내어 밀폐된 채로 서서히 상온서 녹인다고 한다. 거기에 발맞춰 아예 배송시에 밀폐 포장을 해서 Grain pro백에 넣어서 보내주는 원산지도 있다고… 문득 우리 집에서 산폐 되어 가고 있는 내 커피들도 당장 저 포장지에 밀폐해서 냉동고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생두를 얼릴 경우 커피 자체의 품질이 떨어지거나, George가 주장하는 것 처럼 얼린다고 해서 생두의 품질이 몇 년씩 지속될 수는 없다는 비판적인 의견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양쪽 모두 아직 과학적으로 옳다 그르다 할 연구결과가 없는 상태이기에 난 그저 자신의 신념대로 계속 연구, 투자하고 있는 죠지하웰의 실험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와인의 빈티지를 논하듯 작황이 좋았던 해를 추억하며 커피를 홀짝이는 훗날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누가 보면 커피국 마시고 있다고 할지도…^^;

생두 보관 창고를 지나 드디어 로스팅 룸으로! 로스터기 두 대 중 큰 기계가 말썽이라 작은 로스터기가 혼자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다른 로컬 로스터에서 본 것과 달리 로스터기에 연결된 컴퓨터가 혼자 열심히 그래프를 그려내고 있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아… 땀 뻘뻘 흘리며 열심히 연필과 종이로 프로파일을 작성하던 바쁜 로스터들만 봐 오다 조용히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로스터의 모습은 꽤 색달랐다. 로스팅 회사의 기밀이나 마찬가지인 프로파일의 정확한 내용을 볼 순 없었지만, 커핑룸에서 부터 시종일관 직접 보고 느꼈던 시스템적으로 많이 투자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려 노력하는 이 회사의 고집을 이 로스터실에서 더욱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커피는 과학일까?’

이 곳을 둘러보며 느낀 거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발전될 소지가 참 많은 산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농가에서의 커피 재배에서부터 배송, 보관, 로스팅, 포장, 추출까지…오히려 우리가 매일 마셔대는 커피의 양과 그 복잡한 과정에 비해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노력이 더딘 건 아닐까란 생각마저 든다. 다행히 난 운 좋게도 그런 노력에 앞장서고 있는 회사와 경영자를 우연히 이렇게 가까이서 목격하게 되었고 덕분에 모든게 새롭고, 충격이었고, 배우고 싶고, 또 함께 연구하고 싶어졌다. 매번 뭐 날뛰듯 달라지는 커피 한잔의 맛이 좀 더 일관성있게 좋아지고, 그런 커피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데 이 회사의 노력이 곧 힘이 되어 줄거란 막연한 기대도 품어본다.

마지막으로 죠지하웰이 구경 시켜 준 여러 최신식 물품들 사이에서 꽤 인상적이었던 물건. 바로 차 테이스팅 컵이다. 저렇게 바로 세워서 차를 우린 후에 저 사발 모양의 찻잔 위에 뉘어 놓아 스며 나오는 찻국물(?)을 맛보는 방식. 참으로 아기자기한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차(tea)에 한 관심 하는 그가 참 좋아하는 테이스팅 그릇이라며 소개해주었는데 문득 인간의 오감에 의존해서 하는 커피 테이스팅 만큼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커피 생산지역을 직접 다니며 좋은 커피를 찾는 노력은 아날로그로,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좋은 커피를 잘 보관하고 볶아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건 디지털로!’ 아마 테루아 커피와 죠지하웰의 비젼이 아닐까 싶다.

<Terroir Coffee(테루아 커피) 방문기 2탄. George Howell과 한 테이블에서 커핑스푼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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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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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테루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좋아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커피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 완전 훈훈해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

    sangmok

    September 1, 2010 at 6:18 pm

    • 테루아 커피 좋아하시는군요! 감성적으로만 접근하다 정신이 번쩍 드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다음에 커피 수학 블로깅 때 도움 좀 요청드려야겠어요. ^^

      Beanwife

      September 2, 2010 at 12:57 am

  2. What great photos! You are really good! Wish I could read the text!

    Thanks!

    George

    GHHowell

    September 2, 2010 at 8:33 pm

    • Thanks for commenting! You can expect ‘PT2. Cupping w/George, a coffee master’ coming next. I’ll post some nice pictures of you. =)

      Beanwife

      Beanwife

      September 3, 2010 at 2:24 pm

  3. 한번 주문해먹어봐야겠네요

    딴죽

    May 10, 2012 at 3:0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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