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콩부인, Coffee Beanwife

커피 라이터, 콩부인입니다.

보석같은 아이스 커피 @Stumptown Coffee Roasters (published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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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뒷골목에서 찾은 보석같은 아이스 커피,” @Stumptown Coffee Roasters

그닥 든 것도 없는데 빵빵하게 튀어나온 백팩, 오늘따라 유난히 촌스러운 하얀빛을 내보이는 운동화, 그리고 방금 먹은 순두부찌개의 고춧가루까지…사사로운 외모걱정 따위를 하며 32번가 한인타운에서 벗어나 29번가의 한 카페를 향해 바삐 걷는다. 그닥 볼 것 없는 거리풍경. 과연 이런 거리에 괜찮은 카페가 있기나 한건지…걱정 반 근심 반으로 가득 찬 불안한 눈빛의 뉴욕관광객 1인.

눈에 띄는 입간판 하나 없는 썰렁한 29번가. 스쳐 지날 뻔 한 작은 호텔 앞. 다행히 그 앞에 걸터앉아 뉴요커의 포스를 내뿜던 한 남자가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칠뻔한 Stumptown Coffee Roasters. 명성있는 로스터리카페 치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위치와 분위기. 조금 놀란 나.

빼꼼히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반질반질한 분위기의 카페 카운터. 방금 전까지의 썰렁한 거리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길게 늘어서 주문을 기다리는 설렌 커피행렬 뿐. 급변한 분위기에 어리둥절한 나. 두리번거리며 약속한 친구를 찾는다. 앗- 순간 눈 앞이 환해지는데…키가 큰, 대머리가 잘 어울리는 하얀 사내 ‘피터’다. 무작정 뉴욕의 커피가게를 돌아보겠다고 이 큰 도시로 쳐들어 온 내게, 트위터로 따뜻한 커피가이드의 손길을 내밀어 준 바로 그 피터. 힘찬 악수 후, 자연스럽게 커피 주문행렬에 가담하는 우리. 조용하지만 열정으로 가득찬 커피러버들의 역사적인 회동이랄까…^^;;

뭐 마실까? 음…’아이스커피!’ 메뉴판을 보지도 않은 채 동시에 외친다. 하하- 둘 다 이 곳의 인기 메뉴를 이미 다 꿰고 있다니! 시원스런 메뉴선정 완료. 하지만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는 깔끔떠는 인테리어와 뺀질해 보이는 유니폼. 호텔 커피Bar라고 티 내는 건가? 행여 커피가 겉멋 들었으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무심결에 바라본 칠판메뉴판의 어설픈 필체. 앗- 정겨운 빈틈 발견. 게다가 생쵸콜렛이 들었다는 카페모카를 제외하곤 모두 2-3달러 수준의 착한 가격. 휴우- 한 번 더 안심되는 순간.

카운터 뒤에 놓인 프렌치프레스를 보니 따뜻한 커피에 괜한 아쉬움이…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진한 쵸콜렛 색과 향을 발산하는 아이스커피를 받아들고 그저 행복한 콩부인. 인증샷 한 장을 급히 찍고 유혹을 이기지 못한 채 한 모금 살짝 입에 머금어 본다. 그리고 다시 사진기를 들었다…팽개치고는 두번째 모금을 벌컥 들이키고 만다. 향긋한 과일향과 살짝 아쉬울 정도의 쌉쌀함. 아주 약간의 신맛과 더할나위 없는 미디엄 바디. 그리고 마지막 몇 초동안 입안에 머무르는 고소한 헤이즐넛 향까지…심.봤.다. 보석같은 아이스커피를 맛보고는 몹시 흥분해버린 나. 결국 사진은 잠시 미뤄두고 커피를 좀 더 마시자고 보챈다. 다 안다는 듯 그저 웃기만 하는 피터.

호텔 로비로 연결되는 커피Bar 안쪽 문을 통과하니 그저 ‘근사하다’란 말 밖엔 떠오르지 않는 멋진 라운지가 펼쳐진다. 넓은 소파에 흩어져 앉아 노트북과 대화하는 사람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조용히 이 멋진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관광객들. 작은 호텔의 로비가 이렇게 쿨하게 둔갑하다니…난 그저 썰렁한 29번가의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 뿐인데…

널찍한 라운지 소파에 자연스레 합석하고서는 보석같은 커피를 홀짝대며 한창 수다중인 피터와 나. 이 멋진 공간과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에 대한 칭찬 릴레이 중. 좋은 커피콩을 공급해주는 농가에 더 많은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취지의Direct Trade,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 행복한 향이 진동하는 보석같은 커피 한잔.

계속되는 커피, 카페, 커피, 카페 순환토크. 잠시 일을 쉬는 동안 뉴욕카페 가이드웹을 준비중인 피터. 분위기가 무르익으니 슬며시 주머니에서 꺼내 보이는 두툼한 카페명함들. 집에 따로 수백장을 모아둔 편철이 있단다. 각 펀치카드마다 여러개씩 뚫린 구멍들이 왠지 넉넉해 보인다. 인생은 삼세번이라는데 한 커피집을 제대로 알려면 최소한 세번은 방문해야 하는 거겠지? 아, 이 느닷없는 감동이란. -_-;

끝날 것 같지 않은 우리의 커피 수다는 또 다른 카페 회동으로 미뤄두고 잠시 안녕을 고할 시간. 짧은 인사 후 미끄러지듯 호텔 밖으로 사라지는 피터. 그런 뉴요커의 쿨한 안녕에 촌스러운 인사로 답하는 나. 그저 쿨하지 못한 유전자를 잠시나마 원망해 본다. 테이블엔 애초의 다짐과는 달리 이미 반 이상 마셔버린 나의 보석커피만이 남아있다. 아직 돌아 볼 커피집들이 많이 남았는데 이런 식이라면 곤란한 걸. 과연 나의 위장은 얼마나 버텨 줄 수 있을런지… 커피에 유독 미련이 많은 날 탓하며 다시금 빵빵한 백팩을 들쳐 멘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나도 노트북 옆에 끼고 하릴없이 좀 더 머무르고만 싶은데…

애써 다음을 기약하며 비밀의 문을 열고 나온 콩부인. 어느새 썰렁한 그 29번가에 다시 서있다.

위치. 18 W 29th St. New York, NY (한인타운 32번가에서 Broadway를 따라 5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29번가 Ace hotel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web:http://www.stumptowncoffee.com/

*숨어있는 카페들을 소개하는 커피잡지, ‘커피가게’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골라읽는 재미가 있는 콩부인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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