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콩부인, Coffee Beanwife

커피 라이터, 콩부인입니다.

커피 한 잔에 12달러? 에티오피아 Nekisse 시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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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뉴욕 커피계, 아니 미국 커피동네가 꽤나 시끄러웠다. ‘한 잔에 12달러’나 하는 커피가 뉴욕의 한 카페에서 판매되기 시작했기 때문. ‘커피에겐 너무 과한 가격이다 vs 와인은 되고 커피는 왜 안되는데?의 공방이 오가는 걸 보며 내 머릿속엔 그저 한가지 생각 뿐. ‘일단 맛이나 한 번 보고 얘기하자.’

그럼 과연 이 12달러 커피라 불리는 Nekisse의 정체는? 원산지:에티오피아Sidamo지역의 Neji에서 생산. 보통 커피체리의 과육을 벗겨내고 그 안의 씨앗을 씻어서 말리는 것과 달리, 이 Nekisse생두는 과육을 벗기지 않은 채로 말려내는 자연건조 방법을 썼다. 작은 농장에서 소량만 수확되는 대다가, 커피 전문가들에게 90점이 넘는 아주 좋은 평가를 얻으며 귀한 스페셜티 커피로 알려져 있음.

Nekisse Coffee review

나름 유명 로스터들의 맛 좋은 커피를 홀짝인 후부터 급격히 그 횟수가 줄어들고 있는 커피 한 잔의 행복. 가늘고 긴 커피인생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천천히, 골고루 맛보고 싶었는데…그런 내게 눈한번 질끈 감고 여름 티셔츠 대신 고급 커피 한잔의 행복과 교환할 기회가 온 것 같았다.

무더운 여름 한 낮, 두 번의 방문 끝에 로스팅된 Nekisse 커피 0.5파운드=약 226g를 뉴욕Cafe Grumpy에서 간신히 업어왔다. 1파운드에 $54, 0.5파운드는 $27. 후덜덜… 기존에 즐겨왔던 좀 괜찮다는 원두가 보통 1파운드당 $17-$18인 걸 생각하면 거의 3배가 넘는 수준. 행여 무더위에 상할까 폭우에 젖을까 전전긍긍하며 간신히 보스톤으로 공수완료.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커피봉투를 뜯어 핸드드립해서 마실 약20g의 원두를 덜어낸다.

종이봉투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니 기존의 에티오피아 시다마 특유의 과일향보다 좀 더 강한, 처음 맡아보는 허브 비슷한 향이 코를 톡쏜다. 게다가 덜어낸 원두는 여느 원두 대비 굉장히 작은 사이즈. 귀엽지만 행여 한 알이라도 흘릴까 또 후덜덜… 라이트-미디엄 정도로 볶아진 원두의 색상과 생김새가 그닥 고르지 않은 것이 은근 야생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기대반 걱정반이다.

핸드드립 사이즈로 분쇄한 후 마른 커피 가루에 코를 대고 다시 킁킁-. 아까 그 특유의 허브향이 더 강해졌다. 살짝 불안한 마음. ’너무 강한 향은 부담스러운데…’하며 쌀짝 뜸을 들이니 금새 부풀어 올라 커피빵을 만든다. 볶은지 5일정도라 아직은 신선한 것 같다. 게다가 물에 닿은 원두는 과일향에서 느닷없이 달콤한 쵸콜릿 향으로 변해 있었다. 오늘은 좀 더 정성스럽게 가는 물줄기로 고노드리퍼를 통해 진하게 110ml 정도를 내리고 시음 시작.

일단 향 부터 맡아본다. 아…상큼하고 달콤한 과일향이 진하게 퍼져나온다. 바로 한 모금 입에 물고 맛의 기-승-전-결을 느껴 본다. 다양한 열대 과일 풍미와 약간의 꽃향기로 시작->바로 이어지는 적당한 신맛과 특유의 허브 향이 동시에 느껴진다->이 후 미디엄 정도의 바디감과 함께->목넘김 후에는 입 안 전체를 감싸는 달콤한 쵸콜릿의 풍미로 끝이 났다. 그리고 그 끝은 더할 나위없이 깔끔했다. 아마 좋은 커피에 기대하는 모든 맛이 다 들어있는 듯 하다. 특히 깔끔하면서도 기분좋은 여운이 입안에 계속되는 그 뒷맛은 그간 마셔본 커피들 중 최고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단, 아까 그 특유의 허브 향에 익숙치 않은 한국인에게는 호불호가 약간 나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씹어 삼키듯 천천히 음미하다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한 콩부인. 잠시 후 원두 맛을 좀 더 원초적으로 느껴보기 위해 커핑까지 시도하는데…약 10g 정도를 덜어 핸드드립보다 굵은 사이즈로 그라인딩 한 후에 물을 부어 4분 정도 우린 후 위로 뜨는 커피찌꺼기를 숟가락으로 얼추 걸러내고 시음 시작.

일반 커핑처럼 뱉어 내기엔 너무 아까운 나머지 그냥 후룹-후룹- 삼켜보니 아까 핸드드립했던 커피 맛과는 좀 차이가 있다. 신맛이 좀 더 강하고 맛과 향이 약간은 거칠게 느껴진다는 것. 대부분 커핑과 드립의 맛의 차이가 있기에 큰 차이라고 볼 순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렌치프레스처럼 원초적인 커피메이킹 보다는 핸드드립을 해서 마시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차례의 테이스팅을 하고나니 문득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 커피 한 잔이 $12의 가치가 있는걸까?’ 관련 기사의 코멘트들을 읽다보니 대부분 그닥 긍정적이진 않다. 평균 한 잔에 $2.5인 커피를 생각한다면 가격이 너무 과하다는 평들이 대부분. 특히 내 시선을 잡은 코멘트, ‘가격 차별화는 좋지만 $12 중 실제 커피농가에 얼만큼의 수익이 돌아가는지가 궁금하다.’ 맞다. 격하게 공감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분명 이 커피의 고급스러움과 차별화된 맛을 인정하면서도 뭔가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는데…바로 이거였나 싶다.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다른 귀한 커피들처럼 이미 생두 구매 부터 치열하고 비쌌던 커피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그 치열함에 대한 프리미엄을 얼마까지 보상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가늠이 잘 안되던 와중에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기사를 발견했다.

49th Parallel Coffee Roasters Partner With Chip and Shannon Wilson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Nekisse 커피를 로스팅해서 파는 한 회사에서 Nekisse 판매 수익금을 에티오피아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 전액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것. 한 잔에 $12라는 이유로 Café Grumpy가 미디어에 논쟁의 불씨를 던진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난 다 기부할꺼야~’라고 외치는 천사표 로스팅업체가 나타났으니… 뭐, 두 로스터 간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지 문득 궁금하기도..^^;;

일단 북미지역에서 나름 명성있는 캐나다 로스터와 경영지원비 따위를 빼가지 않고 모금액 100%를 에티오피아 교육사업에 지원한다는 비영리 단체의 만남. Nekisse 커피 생산국에 수익을 다시 고스란히 돌려주겠다니… 게다가 12oz(약 340g)의 원두 기준으로 Grumpy보다 $12달러 가량 저렴한 $30달러에 판매하고, 1000개의 Nekisse 백을 판매하면 목표 모금액에 도달한다고 하니 마음 같아선 100백 정도 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 맛있는 커피를 좀 더 저렴하고 의미있게 마실 수 있다는데 한없이 기뻐하며 주문하려는 중, 문득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혹시 이 글을 보고 관심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음하며 트윗으로 교감하는 건 어떨까…?

Why not?

<콩부인 주최 커피 트윗시음회>

 

모금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오늘내일 중으로 2백을 주문할 예정입니다. 동참하시고자 하는 분들이 조금 계시다면 제가 한국으로 묶음배송한 후에 일정을 잡아 트윗시음회를 열 생각입니다. 3-4분까지는 한 100g정도씩 배송비만 받고 보내드릴 생각이니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 Beanwife@gmail.com 이나 제 트위터 DM으로 연락 주세요. (3명 기준 배송비, 인당 $10~15 예상)

이상, 좋은 커피 혼자 마시기 아쉬운 커피 콩부인 이었습니다~^^

=> 위 트윗 시음회는 여러 트윗 친구분들과 같은 시간에 같은 커피를 내려 마시며 시음기를 공유하는 것으로 잘 치뤄졌습니다. 다음에 또 좋은 커피로 함께 하도록 할게요.

“골라읽는 재미가 있는 콩부인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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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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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다리고 있던 엉클 그럼피의 이디오피아 Nekisse 시음기…역시나 맛이 환상적이었음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Beanwife님의 시음기만 보면…특히, 향미를 기술한것을 보면 돈이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 단종으로 로스팅포인트를 달리하여 블렌딩한 커피라니…애프터믹스라는 것만으로도 손이 많이 가고 수율맞추는것도 힘들었을 생각만하면 엉클 그럼피가 고가로 판매하는게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래도 고가로 판매한 수익분배는 Beanwife님 말씀대로 공정하게 돌아가야 온당한 일이겠지요^^) 아참 제가 블로그를 잘못 읽고 정선방식을 펄프드내추럴이라고 트위터에서 멘션했네요..그냥 내츄럴입니다. 시음기 흥미롭게 잘봤습니다. 감사:)

    WabaRyu

    June 8, 2010 at 1:17 pm

    • 항상 좋은 코멘트 감사드려요.
      음… 사실 고급 커피를 많이 맛보지 않은 제가 이 커피의 가치를 논하는게 좀 힘들긴 하더라구요. 그만큼 더 많이 마셔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에요.
      말씀하신대로 Natural Drying bed 프로세스로 말려낸거라 그 특유의 향이 어쩌면 정말 earthy한 자연스러운 커피의 원래 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향이 한국인들에겐 잘 안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긴하구요.
      아뭏튼 나중에 시음때 다른 분들에겐 어떤 느낌일지 몹시 궁금해요.

      Beanwife

      June 9, 2010 at 4:07 pm

  2. 오… 뉴욕에서도 한국에서 보았을 법한 가격 논란이 있군요. 보통 살짝 비판적인 결론도 비슷비슷 ㅋㄷㅋㄷ

    그저 좋고나 느낌뿐 말로 풀어내기 힘든 커피의 맛을 단계별로 너무 잘 표현해 주시니 다음에 저도 그 표현을 보면서 차례 차례 단계별로 음미를 해봐야 겠어요.

    Imagine1day 같이 제대로 도움을 주고 제대로 도움을 받을 방법을 만들어내는 단체가 있다는게 참 좋은 거 같네요. 좋은 선례가 되어서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슷한 단체를 많이 종종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sangmok

    June 8, 2010 at 4:14 pm

    • 항상 바쁜데 와줘서 고마워요.^^

      음…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내려서 더 맛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알고 마시는 것과 그냥 마실때의 느낌도 다른것 같고..

      그리고 미국이 오히려 커피값이 싼 편이라 한국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것 같아요. 한국이었으면 또다른 된장커피라 불렸을지도..^^

      시음때 어떤 평가 해주실지 궁금합니다!

      Beanwife

      June 9, 2010 at 4:11 pm

  3. 커피 폼이나 테이스팅에 관한 비교 할수 있는 자료에 대한 코멘트나 자료 좀 부탁 할수 있을 까요?

    항상 좋은 정보 감사 드립니다….^^

    insuk

    April 3, 2011 at 5:1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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