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콩부인, Coffee Beanwife

커피 라이터, 콩부인입니다.

뉴욕 커피탐방기 #3-2. 차가운 도시커피 @Ninth Street Espre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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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Café Grumpy의 플랫화이트를 뒤로하고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 Ninth Street Espresso로 향하는 길. 그 유명하다는Chelsea Market을 오늘에서야 가보다니…나이 들어가면서 왠지 유명하다는 관광지를 피해다니는 건 대체 어떤 심리에 기인한 것인지 때론 몹시 궁금할 때가 있다. 나이들면 더 쓸쓸해지기 마련인데… =_=;;  <D. Ninth Street Espresso 위치 지도 참조>

카페 그럼피가 있던 7th Ave에서 20th st.를 따라 걸으니 5분만에 9th ave가 나온다. 로컬 가이드 피터가 총 3개 지점 중 East village에 있는본점보다는 분점인 이 곳의 분위기가 훨씬 좋다는 말 한마디에 바로 마음 고쳐 먹은 곳. 게다가 주인 고집이 대단해서 자신의 카페만을 위한 블렌드를 만들어 주는 유명 로스터리만을 고집하고, 에스프레소는 그 자리에서 따뜻할 때 마시라고 테이크 아웃도 거부한다던데… Ninth st.은 아니지만 적어도  Ninth Ave에 분점을 낸 걸 보니 주인의 고집이 느껴지는 것 같아 혼자 피식- 한 번 웃어본다.

한 네 블럭 정도 걸어 내려갔는데도 마켓스러운 거라곤 도통 보이질 않는다. GPS가 잘못됬나? 하며 뒤를 돌아 보니 떡-하니 보이는 ‘CHELSEA MARKET’ 벽화! (초행이신 분들은 이 점 꼭- 참고하시길…자칫 지나칠 가능성 많음) 이런…건물 속 MARKET이었군.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번쩍거리는 안내판으로 시작하는 묘한 분위기의 공간이다. 촌스럽게 두리번거리며 번쩍이는 통로를 따라 걷다보니 빈티지와 세련미가 공존하는 뉴요커들의 장터가 시작된다. 얼마 걷지 않아 금방 Ninth Street Espresso간판이 보이니 가슴이 살짝 뛰기 시작한다. 이런 설레임을 하루에 세번씩이나 느껴볼 수 있다는게 참 즐겁구나 싶다. 역시 혼자라도 오길 잘했어… 씨-익.

작지않은 Bar에 조촐하게 스탭 단 두 명. 그리고 마음에 드는 컵 로고와 간단 명료한 메뉴. 뭔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다. 하지만 결코 싸지 않은 가격(미국 스타벅스 유사메뉴 대비 약 25~50센트 정도 비쌈)과 웃음이 없는 서비스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유명한 밥집에서 풍겨 날만한 불친절한 뉘앙스라고나 할까?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로스터인 Intelligentsia에서 Ninth Street Espresso만을 위해 제공하는 ‘Alphabet City Blend’ 원두로 만드는 에스프레소 드링크. 그 중에서도 에스프레소와 마키아토, 카푸치노 모두 유명하던데…

고심 끝에 마키아토 한 잔을 주문하고 Bar 근처에서 어슬렁거린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아무래도 조금 시간이 걸릴 기세. 다들 유난히 침묵하며 자신의 커피만을 기다리는 쓸쓸한 1인용 손님들 뿐. 정겨운 대화나 음악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조금은 부담스런 이 첼시마켓 분위기 때문인지 아직은 마음이 편치 않다. 두리번두리번- 엇, 그러고보니 스탭은 두 명 뿐인데 큰 에스프레소 기계가 두 대나 있구나. 손님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에스프레소 품질에 대한 주인장의 고집스런 의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5분 정도 커피bar 앞의 근사한 벽화와 뉴요커들을 구경하고 나니, 그간 기사나 블로그로만 여러번 맛 봐왔던, 그 아몬드 다크쵸콜렛 향이 난다는 ‘알파벳 시티 블렌드’로 정성스레 뽑아낸 마키아토 한 잔이 나온다. 와아- 군침도는 짙은 갈색 에스프레소 위에 살짝 얹어 준 나뭇잎 아-트가 무척 고급스럽다. 컵 밖으로 살짝 넘친 커피도 왠지 더 맛깔스럽다. 살짝 아로마를 느껴보니 코 끝에서 정말 짙고 쌉쏘롬한 쵸컬릿 향이 느껴진다.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잔을 들고 기웃거리다 바로 옆 유명 빵집 앞 명당 자리를 차지하는 운 좋은 콩부인.^^v

바쁜 손놀림 틈으로 힐끔거리는 제빵사분들의 시선을 모른척 하고 ‘마키아토와 나’에 집중. 먼저 에스프레소 맛을 보기 위해 우유거품을 스푼으로 살짝 밀어낸다. 그리고 후룹- 한 모금 입에 물고 망상에 젖는다.

아- 신선한 원두에서만 느껴지는 상큼한 첫 느낌과 과하지 않은 신맛, 점점 짙어가는 커피 향과 무게, 그리고 살짝 우유와 섞인 에스프레소 원액이 카카오 같은 쌉쏘롬한 끝맛을 남기고 사라진다. 아아- 머리 위로 또 해가 떴다. 둥근 커피 해가…-_-;;’

두모금, 세모금…최대한 작은 모금으로 홀짝거리지만 작은 잔은 쉬이 비어져만 간다. ‘많은 사람들이 드립커피 보다 에스프레소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에스프레소를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마저 든다. 드립커피에서나 느껴 보았던 신선하게 볶아진 원두의 향이 첫 모금에서 부터 이렇게 확연히 구분되어 느껴지는 건 처음 경험해 본 것 같다.

바닥이 보이는 마지막 모금에 입을 댄다. 아놔- 어느정도 식었음에도 진한 향이 그대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조용히 커피의 맛을 메모하고 트윗을 끄적인다. ‘방금 알파벳 씨티 블렌드 마키아토 한 잔을 끝냈어. 즐거웟지만 너무 짧은 순간이었어…’ 진심이었다. 이렇게 여운이 깊게 남는 에스프레소를 마신게 과연 언제였는지…

마냥 도도해 보였던 차가운 도시커피집, Ninth Street Espresso. 하지만 내게 이토록 따뜻하고 여운이 오래 남을 근사한 마키아토 한 잔을 선사 할 줄이야. 역시 사람도 커피도 마셔보기 전엔 모르는 법!

같은 자리에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 비워진 컵을 바라본다. 그리고 커피탐방 첫 날을 그윽하게 마무리하는 콩부인. 오늘 하루, 이 차가운 도시에서 만난 새로운 커피인연과, 깊고 놀라웠던 커피 잔들을 되새겨본다…1잔, 2잔, 3잔….

‘ 아쉬움이란 없던 하루’

마음 속으로 조용히 외쳐본다.

‘아싸- 내일도 퐈이아!’ -_-;;

참고#1. Ninth Street Espresso는 맨하탄 안에 총 3개점이 있어요. 하지만 리뷰는 Chelsea Market점이 현재까진 가장 좋군요. 단, 현금만 받습니다!

참고#2.1 lb(파운드) 단위로 판매하는 알파벳씨티 블렌드 원두는 약15달러 정도로 타 로스터리카페 대비 저럼한 편입니다.(유명 로스터리 카페의 경우 보통 3/4파운드에 12-15달러) 매장 및 카페 홈페이지에서 구매가능하네요. Ninth Street Espresso 홈페이지

참고#3. 카페 바로 옆에 있는 Amy’s 베이커리의 빵이 맛있다고 해요. 제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안이 들여다 보이는 그 빵집입니다.지금 생각해보니 미리 케잌과 테이블을 선점하시고 커피를 주문하시는게 현명한 선택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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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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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제 정말 Beanwife님의 카페투어기가 무서워졌습니다.(읽는 동안 이 참을 수 없는…침침침ㅋ 사진에 나오는 커피가 고파서요…)
    투어기를 읽는 동안 제가 마치 알파벳시티 블렌드 마키아또를 마신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나날이 능숙능란해지는 맛에 대한 표현력이 부럽습니다.)
    그리고 항상 느끼는거지만 외국의 커피블렌드 이름들에는 맛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무언가가 있는듯 합니다.^^(이름부터가 급땡기는 커피ㅡㅜ)
    Ninth Street Espresso편도 재밌게 잘봤습니다.(특히 현장감 쵝오 사진들, 끝에 미소짓게 만드는 카페투어 팁까지^^…)

    WabaRyu

    June 1, 2010 at 12:47 pm

    • 앗-1등 선플러가 되셨군요.^^;;
      생생한 리뷰의 기술이 저의 포스트보다 더 일취월장 하시다는…ㅋ
      저도 글 쓰면서 알파벳시티블렌드 원두를 다시 한번 사서 마셔볼까 하다, 아무래도 그때 그 에스프레소는 만들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슴돠.
      항상 좋은 코멘트 주셔서 감사해요!

      Beanwife

      June 1, 2010 at 6:50 pm

  2. 고집있는 뉴욕 커피집 2탄이네요. 글에서 느껴지는 인상에서 그럼피 보다 왠지 고집스러움이 한수위인 느낌이 들어요. 맛은 두집 다 똑같이 맛있을 거 같지만… ㅋㅋ

    메뉴판에 있는 사진(위에서 세번째 사진)에서 메뉴판 왼편에 조그마한 액자가 잔뜩 붙어있는데 그거 다 무슨 상패처럼 보이네요. 고집쟁이 사장님이 칭찬받은거 자랑질하긴 좋아하시나보다 ㅎㅎ

    나무잎 모양 라떼 아트는 첨보는거 같아요. 단순하지만 왠지 세련된 느낌이네요. 담에 기회되면 시도해볼지도 몰겠다는 ㅎㅎ

    sangmok

    June 1, 2010 at 2:28 pm

    • 저…저기 3탄인데요.ㅋㅋ
      예리한 코멘트들…깜짝깜짝 놀래요.
      맞아요.
      고집스런 에스프레소를 추구하는 콧대 높은 커피집 같은 느낌이랄까? 상패는 유심히 안봤는데, 다음에 가게 되면 한번 유심히 봐야겠어요.
      암튼, 꼼꼼한 코멘트 항상 고마워요.
      그리고…시도하기 위해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을 듯!^^;

      Beanwife

      June 1, 2010 at 6:5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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