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콩부인, Coffee Beanwife

커피 라이터, 콩부인입니다.

뉴욕 커피탐방기 #3-1. Soft Hot-scream @Cafe Grum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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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 A.한인타운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B.Stumptwon Coffee Roasters에서 무사히 tweetup을 마치고 나니 왠지 나도 뉴요커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얄팍한 자신감이 생긴다. 알콜에게 시간을 양보하느라 보통 저녁 7-8시면 문을 닫는 카페들이기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콩부인. 길찾기 신경은 아이폰에게 모두 다 떠넘기고 여유로운 여행객 모드로 카페탐방 첫날의 세번째 목적지 C. Cafe Grumpy로 향하는데…

혼자 걷는 뉴욕. 어쩌면 참으로 커피의 향과 어울리지 않는 도시. 급한 발걸음과 정신 사나운 차들로 여차 하면 혼을 빼놓을 기세. 그래서 더더욱 다음 카페의 모습이 상상이 되질 않는다.

정신없고 어수선한 6th ave 대로를 따라 내려오다 20th st에서 꺾어 한적한 길로 들어서니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느닷없이 조용해진 거리엔 봇짐같은 백팩을 둘러 멘 나와 길게 늘어선 갈색 주택들 뿐. 외로움을 이겨보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 10분쯤 걸었을까? 귀엽게 입술을 아래로 앙 다문 Cafe Grumpy 아저씨가 보인다. 이야호!

심술궂은 카페 이름과는 달리 친절히 내어 놓은 카페 앞 벤취를 보니 당장 봇짐을 벗어 던지고 엉덩이부터 붙이고 싶다. 게다가 혼자 튀려하기 보다는 보일듯 말듯한 보호색을 하고있는 이 카페. 정말 심술 궂은 거 맞아??

Cafe Grumpy의 총 3개의 지점 중 유일하게 맨하탄에 위치한 이 곳. 아까 만난 하늘이 보내준 가이드 피터의 말로는 브루클린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 그럼피에 비하면 이 곳은 아무것도 아니라던데…그래서일까? 기대 없이 들어서니 오히려 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건…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늑한 공기 속에 빼곡히 들어 앉은 사람들. 작은 공간이지만 오렌지빛 색상들로 환하게 꾸민 카페 내부와 길게 뻗은 커피바가 벌써부터 마음에 든다. 괜히 실실 쪼개기 시작하는 콩부인. 게다가 곱슬머리 빵모자가 어울리는 바리스타가 더욱 정겹다.

열심히 사진을 찍다 무심히 왼쪽을 돌아보니…헉- 따뜻한 오렌지 빛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차가운 벽에 기대어 재미없는 삶을 고민 중인 뉴요커 3인방이 나란히 보이는 것이 아닌가. 보란듯이 웃고 있는 아기 사진들 때문인지 왠지 더 애처롭다. 조용히 사진을 찍으며 읖조리는 콩부인. ‘삶이 다 그런거죠 뭐…우리도 한 때 좋았었잖아요!’

자. 드디어 보석같은 아이스 커피를 이어갈 메뉴를 찾아야 할 운명의 시간. 앗- 그런데 이게 뭔가? 아늑한 분위기와 빵모자 바리스타까지 다 좋았건만…Stumptown coffee에 이은 무심한 메뉴판 2탄이로구나! 내 프린터로 더 잘 찍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안타깝다. 하지만 뭐 어때? 아까 스텀타운도 커피 맛만 좋았는 걸…

메뉴 첫 줄엔 Cafe Grumpy의 자랑, 직접 볶은 시그너쳐 에스프레소 블렌드 Heartbreaker가 자랑스레 적혀있다. 하지만 이미 이 원두는 보스톤의 한 카페에서 Heartbreaker 스럽게도 아주 강렬한 첫맛과 짠-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카푸치노로 마셔본 적이 있기에 일단 오늘은 패스.

다음 눈에 띄는 메뉴는 Guest Espresso. (자신들의 원두 말고도 타 지역의 유명 로스터의 좋은 원두를 말그대로 Guest, 손님처럼 초대해서 다양한 커피를 서비스하겠다는 신선한 시도!) 정말 심술궂은 아저씨의 카페 이름에 반전을 꾀하는 친절한 메뉴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것도 오늘은 일단 패-스. 휘릭- 훑어본 전체적인 메뉴의 가격은, 그닥 저렴하지도 눈에 띄게 비싸지도 않지만 소박한 분위기에 비해선 약간 심술궂은 느낌?

하지만 곧 내 눈을 사로잡는 메뉴, 바로 Flat White가 보인다. 생각해보니 뉴욕타임즈 기사에서도 이 곳의 플랫화이트를 긍정적으로 언급했던 기억이 새록새록…(먹는 것만 잘 기억하는 나의 더러븐 메모리) 뉴질랜드 여행서 처음 마셔본 후, 여행의 추억이 조금은 뻥튀기 해 놓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Flat White의 기억. 그래서일까? 별다른 기대 없이 넉넉한 마음으로 주문해보는데…

잠시 후 그럼피아저씨가 그려진 컵에 라떼보다 약간 적은 양의 스팀밀크로 평평하게 잘 눌러 담은 플랫화이트 한 잔이 나온다. Heartbreaker 원두로 만들어진 플랫화이트라…갑자기 두근대기 시작하는 가슴. 곱고 부드러운 따뜻한 우유거품을 살짝 뚫고 쌉쏘롬한 에스프레소가 내 입술에 천천히 닿는 순간. 1초, 2초, 3초….아아- 조용히 하앍하앍 대는 콩부인. -_-;; (19금??)

내가 아는 그 강렬한 Heartbreaker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마치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살짝 발라놓은 에스프레소 같은 부드러운 커피 한잔. 미친여인처럼 실실대기 시작하니 옆 테이블의 두 남자가 왠지 테이블을 좀 더 멀리 당기는 듯 하다. 하지만 뭐 상관 없다구. 한동안 잊고 있던 플랫화이트의 기억을 부드럽게 되살려 준 커피를 만난 기쁜 마음을 어쩌란 말이냐…

흥분된 상태로 잽싸게 아이폰을 꺼내 트윗으로 샤우팅을 시도해본다.

“…like SOFT HOT-SCREAM!!”(“부드럽고 뜨거운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플랫화이트였어!”)

한껏 흥분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대는 민폐 콩부인. 다른 손님들은 뭘 주문하나 궁금한 마음에 지켜보다 보니 그 비싸기로 유명한 드립기계 ‘Clover’가 눈에 띈다. (약 2년 전 프렌치프레스를 자동화 한 혁신적인 기계를 스타벅스에서 냉큼 다 사들여서는 서부와 동부의 한정된 점포에서만 사용 중. 기계당 $11,000, 한화 약 1천3백만원 정도로 알려짐. 기계 작동법에 대해선 사진을 클릭하여 유툽 동영상 참고) 게다가 두 대나 있다니. 별다방의 독점 횡포를 뚫고 어떻게 사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좀 더 신뢰가 가는 빵모자 바리스타의 손길이라면 왠지 맛있을 것만 같다. 진하게 잘 내려진 커피를 받아든 아저씨의 표정도 몹시 만족스러워 보이고…

한쪽 진열장을 채우고 있는 건 직접 로스팅 한 커피들과 Chemex 드립 도구들.(디켄터 모양의 올인원 핸드드리퍼) 아…케멕스로도 마셔봐야 하는데… 입이 하나인 것이 이렇게 원망스러울수가. 하지만 오늘은 날 하앍-케 해준 플랫화이트로 만족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간신히 스스로를 달래보는 콩부인. 민폐를 멈추고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인 Ninth Street Espresso를 향해 간신히 문을 박차고 나온다.

조금 이른감이 있는 가로등이 왠지 더 예뻐보이는 건, 아직도 입 안에 남아 조용히 비명을 지르고 있는, Soft Hot-scream 플랫화이트 때문인걸까…?

To be continued….

참고1. Flat White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길 참고하세요. http://www.goodday.co.nz/?document_srl=55227

참고2. 스타벅스의 Clover 커피에 대하여. 다행히 보스톤엔 여러 별다방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종종 시음을 하고 있는데 일반 기계드리퍼보다 좀 더 프렌치프레스로 우려낸 듯 진한 커피가 추출되고 있고,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 대신 기본 드립커피보다 1달러 이상 비싸게 판매되고 있어요.

참고3. Chemex드리퍼가 궁금하신 분들은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http://vimeo.com/6161817

“골라읽는 재미가 있는 콩부인 글 목록”

6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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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편보다 더욱더 알찬 정보들로 가득한 뉴욕카페투어기였습니다.^^
    플랫화이트에 대한 배경지식과 특히, 클로버 추출과정을 담은 동영상 등 너무 신기했습니다. 카페그럼피의 외관은 엔틱느낌을 받았는데 실내사진을 보니 의외로 모던한 느낌이네요 국내 카페가 일관된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대부분인것 같은데…미국은 다른가봐요
    (그래도 주위 건물들과 조화로운 외관을 갖고있는 카페그럼피가 더 마음에 듭니다.)

    정말 플랫화이트를 마셔보고 싶습니다.

    WabaRyu

    May 22, 2010 at 12:33 pm

    • 알찼다니 다행이요.😉 저도 이 곳의 플랫화이트는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하지만 한국 어딘가에도 괜찮은 플랫화이트가 있으리라 기대해봄니다.

      Beanwife

      May 22, 2010 at 1:02 pm

  2. 재밌는 탐방기 감사합니당 ^^ 외관이나 인테리어는 편한 느낌을 주지만 커피에 있어선 진지하고(기계 사용하는 바리스타 아저씨 표정도 ㅋㅋ)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럼피란 이름이 어울리는 카페네요.

    글 읽고 링크 걸린 자료를 보다보니 마시지 않고도 커피 식견이 생기는 요 느낌은… ^^

    sangmok

    May 22, 2010 at 2:35 pm

    • 흐흐- 문체가 바뀌셔서 못알아 뵜다는.😉 식견까지 생기셨다니 너무 기쁘네요. 블로거에 큰 힘 주셔서 감사해요!! ^^b

      Beanwife

      May 22, 2010 at 3:06 pm

  3. 저는 한국에 있는 커피전문잡지 커피길드의 운영자입니다.
    귀하의 글을 읽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기존의 자료들을 저희 잡지에.기고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알고 싶습니다.
    물론 원고료는 협상가능합니다.

    이정무 드림

    Jungmoo Lee

    March 10, 2014 at 1:2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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