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커피탐방기 #2. 보석보다 아이스커피 @Stumptown coffee
왜 항상 여행 당일날엔 상큼해 질 수 없는 걸까? 오늘도 어김없이 벌건 눈과 화장이 먹어지지 않는 푸석한 얼굴. 게다가 흉한 뾰루지까지…싼다고 쌌는데 아직도 뭔가 의심쩍게 열려 있는 여행 배낭. 분명 내가 가진 신용카드도 광고 속 그녀의 것과 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카드만 들고 떠나는 여행은 나에겐 해당이 안되는건지…
그렇게 신세한탄하며 올라탄 뉴욕행 버스. 앞으로 최소 4시간은 달려야한다…하지만 비행기보다 좋은 버스시설에 2층 자리에 눕듯이 앉아 발 밑 콘센트에 전원을 꽂고 여유로운 트윗질을 한다. 게다가 무료 wifi까지 잡힌다. 순간 경제적인 자리에만 타는 우리를 무시하는 몹쓸 비행기들은 반드시 보고 배워야 하리라!라며 분노한다. -_-;; (버스예약은 탐방기 #1을 참조)
분명히 방금 전 분노하고 있었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어느새 옐로우캡의 도시 뉴욕에 와있다. 항상 느끼지만 이 도시는 꼭 할리우드에서 뒷돈주고 만든 영화 세트장 같다. 아무리 북적여도 뭔가 있어보이는 이 번잡함이란…잠시 이메일을 확인해 보니 ‘하늘이 내려주신 가이드’ 피터의 메세지. ‘Stumptown coffee에서 잠깐 보지 않을래? 그리고 나 한식 좋아하는데 혹시 순두부찌개 먹을려면 서울가든에서 먹어라.’ 헉- 정녕 하늘은 나의 국적까지 확인하고 밥까지 걱정해 주신 거란 말인가?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야릇하다. 이 급만남, 조금 수상하지만 기대된다.
- A.Korea town->B.Stumptown coffee->C.Cafe Grumpy->D.Ninth street espresso
A. Korea Town에서 늦은 점심 해결.
어느새 번잡한 도시 한가운데에 내려져 방향감각부터 잃기 시작하는 콩부인. 하지만 그닥 멀지 않은 West 32nd st.에 위치한 한인타운을 향해 공복에서 솟아나는 육감으로 걷는 그녀. 피터가 추천한 서울가든은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며 ‘큰집’이라는 꽤 유명한 식당 간판이 보이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들어가 순두부찌개를 외친다. 누군가 뉴욕은 싱글여인들의 무덤이라고 했는데…이런- 한창 밥을 먹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 옆, 대각선까지 나를 포함해 모두 혼자 밥을 먹는 여인들이 아니던가. 소리없이 밥을 먹으며 우린 모두 속으로 ‘괜찮아. 외롭지 않아!’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ㅠ.ㅠ
B. Stumptwon Coffee에서 카페탐방을 시작하다.
하늘이 내려준 가이드 피터와의 만남을 생각해서 순두부찌개의 흔적을 급한 칫솔질로 지우고는 서둘러 Stumptown Coffee로 향한다. Broadway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니 금새 도착. 서울의 뒷골목 분위기가 나는 29th st. 그 뜬금없는 곳에 맛좋다고 소문난 로스터리 카페가 Ace라는 작은 호텔의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생각할수록 뭔가 있어 보인다…썰렁한 길에 보석같은 커피집. 캬아- 혹시나 오늘 가이드는 커녕 폭탄을 맞게 되면 어쩌나 싶은 걱정도 잠시. 카페 유리창에 비친 내 행색을 보니 왕뾰루지에 터질듯한 배낭을 짊어멘…’앗! 그야말로 오늘 인간 테러구나!’ 싶다. ㅠㅠ
뭔가 썰렁한 외관과는 달리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너무나 말끔한 옷차림의 스탭들과 커피bar, 그리고 길게 호텔 로비 안쪽으로 줄을 늘어선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왠지 정이 덜 가는 분위기…주문도 하기 전에 커피맛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런 무서운 선입견이 있을까? 애써 주인은 쓸고 닦고 유니폼까지 맞춰놨더니 손님들이 커피맛을 의심하는 이런 모순이란…그 순간 전화가 연결된 피터. ‘너 왔니? 나 와있어.’ ‘어디?’ ‘니 뒤에..’-_-;;
하늘에서 느닷없이 보내주신 뉴욕 카페 가이드, 피터가 바로 내 뒤에 서 있었다. 헌데 어색한 인사 후 줄을 서자마자 그와 인사하는 한 초췌한 여성. 이 카페에서 그날 새벽부터 과하게 일한 통에 쓰러질 것 같다는 그녀. 역시 나라를 막론하고 카페일이란 건 우리가 꿈꾸는 여유와는 거리가 먼 노동집약적인 일 임을 뉴욕서 재인증하던 순간. -_-b
그녀를 보내고 나란히 주문대에 선 피터와 나. 팬시하지 않은 메뉴판 글씨가 왠지 정겹다. 주인이 유니폼 맞추느라 저건 깜빡하고 신경을 못썼나보다. –;; 유명 생쵸콜렛을 넣어 만든다는 모카를 제외하곤 모두 2-3달러 수준. 가격도 분위기에 비해선 너무 착하다. 잠시 후 서로 ‘뭐 먹을꺼야?’라고 묻고는 동시에 ‘아이스커피!’라고 답한다. 한국식으로 내가 그걸 먹을테니 넌 다른거 마셔라고 말할 수 없음이 안타까웠지만 뭐 별 수 없지. 일단 고고씽!
조금 부산스러운 움직임. 잠시후…진한 쵸콜렛 향과 색을 발산하는 이 곳의 인기메뉴 Cold-brewed 커피(오랜시간 찬물로 추출하는 일종의 더치 커피)를 손에 쥐었다! 이번 여행의 첫 커피로 인해 급 설렘모드의 콩부인. 급히 사진 한 장을 찍은 뒤 향의 유혹에 못이겨 한모금 살짝 마셔본다. 그리고 다시 사진기를 들다…팽개치고는 두번째 모금을 마신다. 향긋한 차의 향과 살짝 아쉬울 정도의 쌉쌀함, 아주 약간의 신맛과 더할나위 없는 미디엄 바디…그리고 마지막 몇초간 입안에 머물러 있는 고소한 헤즐넛향까지… 심.봤.다! 첫 커피집부터 바로 보석같은 아이스커피를 발견하고 만거다. 몹시 흥분해버린 난 사진은 됬다며 일단 들어가 커피를 좀 더 마시자고 보챈다. 그가 알겠다는 듯 웃는다.
커피bar 안쪽 문으로 들어서니 갑작스레 어두워지며 근사한 호텔 라운지가 나온다. 맞다, 이 곳은 호텔의 로비다… 하지만 호텔로비의 부산함 따윈 이 곳에 없다. 조용히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노트북과 소통하는 사람들과, 아예 작정하고 모여앉아 일하는 척 하는 사람들. 그리고 안쪽에 널찍하게 배치해놓은 라운지 소파에 둘러앉아 적당한 수다를 즐기는 칵테일바의 여행객들까지…게다가 wifi는 무료란다. 너그럽기 짝이없다. 노트북과 혼자인 사람들, 그리고 여럿이 함께인 사람들이 막힌 듯 트인 이 한 공간에서 만들어 내는 묘한 조화로움과 쉬크한 뉴욕의 느낌…정말 멋지다!
라운지 소파에 합석한 나와 피터. 보석같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 멋진 공간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 마시는 커피에 대해서… 뉴욕 토박이인 그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이런 공간이 바로 뉴요커들이 열광하는 곳이라며…내가 말한다. 뉴요커들 아닌 누구라도 반할 공간과 커피라고… 잠시 직장을 구하는 동안 뉴욕의 카페 가이드 웹을 준비한다는 그.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낸 카페 명함들만 해도 30장은 되 보인다. 집에 따로 책이 있단다. 엄청난 수집가다. 내가 참 못하는 것 중 하나… 하지만 커피에 관한 것 만큼은 뭐든 배우고 따라하고 싶다. 나도 모아야겠다고 말한다. 옆의 여행객들이 우리의 대화를 잠시 엿듣다 눈이 마주치자 살짝 웃는다.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한국의 커피와 카페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내 목소리가 커졌다. 어쩔 수 없나보다. 호기심 어리게 듣는다. 이 사람도 진정한 커피 애호가임에 분명하다. 남은 일정을 다시 한 번 체크해 주더니 내가 떠나기 전 브루클린 반나절 카페투어 가이드를 약속하고는 다음 만남을 위해 유유히 사라진다. 왠지 뉴요커들은 다 저렇게 쿨할것 만 같다. 반면…젠장, 나만 또 뭔가 뻣뻣하다. 소셜에 능하지 못한 보편적 유전자 소유 1인. 에잇 더러븐 세상..-_-;;
그가 간 후 다시 한번 라운지를 둘러본다. 너무 편안하다. 나도 그냥 그들과 섞여 아무 자리에 앉아 트윗이나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맙소사…이제 시작인거였다. 다시 빵빵한 배낭을 짊어지고 일어나 시크한 그 곳을 뒤로하고 나와보니 아까 그 썰렁했던 29th st.가 나온다. 커피 인디애나 존스를 생각하며 괜시리 씩-한번 웃고는 힘주어 걷는다. 왠지 오늘, 뉴욕이 내 편인 듯 싶다. 띡-띡-띡-띡… 다음 북마크를 눌러본다.
To be continued….
*참고1. 현금결재, 근처 통합ATM기기 이용시 과한 수수료가 발생하니 현금 챙겨가야 합니다. 뉴욕에선 꽤 흔한 일이에요.
*참고2. Stumptown의 커피는 Direct Trade를 통해 직접 농가에서 생두를 구입해서 볶은 원두를 매장에서 판매 및 서빙하고 있습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원두에는 원산지, 로스팅 날짜, 맛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적혀있어요.
*참고3. 가장 유명한 메뉴는 Cold-brewed Iced coffee와 생쵸콜렛이 들어간 카페모카. 베이커리도 무척 맛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기계드리퍼가 아닌 가장 큰 사이즈의 Bodum french press 3개 정도를 사용해서 일일이 시간재어 우려내기 때문에 묵직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걸로도 유명하죠.
잘 봤어요^^ 좋아보이시네요..~ 커피 너무 맛보고 싶네요..^ㅠ^ 한모금..사진찍으려다가 그냥 놓고 찍었다는 두모금..아..
rainofspring
May 12, 2010 at 11:14 am
그 맘 이해하시죠? 음식 맛있음 젓가락 못내려놓는…ㅋ
Beanwife
May 12, 2010 at 8:06 pm
2편 잘 읽었습니다.^^ 혹시 stumptown coffee카페에서 제공하는 아이스커피는 모두 cold-brewed 방식인가요? 그리고 cold-brewed 방식은 더치커피로 이해하면 되는건가요?(적어놓신 향미는 더치랑 비슷하네요^^-개인의 향미입니다.) 질문이 과했습니다. 그래도 뉴욕의 카페문화를 접하니 호기심이 급증가하네요ㅋㅋ
Wabaryu(Sunghee Ryu)
May 12, 2010 at 11:40 am
맛으로 봐선 Kyoto 드립같은 콜드브루가 맞는 것 같은데 저도 궁금해서 사실여부 확인중에요. 친구한테 인증부탁해놓고 기다리는 중…^^;
Beanwife
May 12, 2010 at 8:09 pm
잘 보고 갑니다. ㅎㅎ 무한도전에서 봤던 거리 같은 느낌 ㅎㅎ 뭔가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좋을 것 같아요 !! 물론 맛난 커피도 ^^ 다음 편도 기대합니다. ㅎㅎ
imsejin
May 12, 2010 at 1:07 pm
ㅋㅋㅋ 저도 무한도전 찍는 느낌이 살짝…^^
Beanwife
May 12, 2010 at 8:11 pm
사진보고 글보고 찬찬히 따라 읽다보니 어느덧 마지막줄이네요 ㅎㅎ 다음편도 무척 기대된다는… 생생한 글 잘 읽었습니당 ^^
sangmok
May 12, 2010 at 2:36 pm
하핫- 반가운 댓글! 바쁜데 와줘서 고마워용-! 🙂
Beanwife
May 12, 2010 at 8:12 pm
원래, 보석보다 아름다운 티파니였는데 (죄송합니다). 좋은 Review 입니다.
HSOHL
May 25, 2010 at 10:18 pm
ㅋㅋㅋㅋㅋ 보석보다 태연은 아니라 다행이군요. -_-;;;
Beanwife
May 25, 2010 at 11:0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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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ial Statements — These are the summaries of the account balances in the entity’s general ledger book wherein underlying data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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