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콩부인, Coffee Beanwife

커피 라이터, 콩부인입니다.

원두를 고르는 새로운 습관 in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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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와인이 풍부한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지역으로 이사를 온 후 새로운 취미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동네 마트의 특정 코너에서 시간 보내기. 혹시…커피를 버리고 와인과 사랑을? 아뇨. 사실 마트에서 커피 원두 고르는 재미에 폭 빠졌다고 할까요?

샌프란시스코 Whole foods의 원두 커피 진열대

이전에 살던 보스턴의 여느 마트들에 비해 훨씬 넉넉한 커피 진열대를 할애하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대형 마트들. 이사 와서 처음 간 마트에 빼곡히 진열된 커피 원두를 보고 마치 ‘커피쟈러스(CoffeesRus)’라도 온 것 마냥 뛸 듯이 기뻐했던 저는, 그 이후로 마트에 갈 때마다 커피 코너를 하염없이 서성대는 중입니다. 가끔 밤새서 할 일은 태산인데 집에 원두가 ‘똑’ 떨어진 사실을 뒤늦게 알고 ‘헉’소리 나게 좌절하곤 하죠. 하지만, 이럴때 집 가까운 마트로 달려나가 괜찮은 원두 한 봉지를 쉽게 구해올 수 있다면 어떨까요? 유후~

버클리의 피츠커피 1호점 화장실 근처에 걸려있는 오래된 피츠커피 포스터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커피 소비량을 자랑하는 도시입니다. 씨애틀, 포틀랜드, 시카고 등과 함께 앞을 다투곤 하지요. 게다가 40년 전 스타벅스 창업의 가장 큰 모티브였던 피츠커피(Peet’s Coffee)의 고향과도 같은 도시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피츠커피를 스타벅스 커피만큼 자주 보게 되거나 다크 로스팅된 커피를 취급하는 오래된 카페들을 종종 접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스타벅스의 엄마뻘인 피츠 커피 같은 대형 전문점이 다양한 커피 추출 도구를 판매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의 원두를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오랫 동안 유지하는 것도 이 지역 원두커피 문화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한 코스트코 점포에 놓여있는 공용 커피 분쇄기. 섞이지 않도록 향커피는 하나의 분쇄기만 사용토록 했더군요.

미국에서 커피란 아침 생수처럼 마시는 생필품에 가까운 기호식품이기도 하죠. 덕분에 세심한 미국의 대형 마트 중에는 원두 코너와 홀빈(Whole bean:분쇄하지 않은 볶은커피)을 원하는 굵기로 분쇄해갈 수 있는 공용 그라인더(grinder: 분쇄기)를 설치한 곳도 꽤 됩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에 이사 온 뒤로 목격한 무려 4대의 커피 그라인더가 설치된 대형 마트, 고기 코너 못지않게 크고 멋진 원두 진열대를 갖춘 마트와 유명 원두 반값 세일로 고객을 유인하는 간판 등… 뭐 눈엔 뭐만 보이는 탓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원두커피의 도시로 잘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트나 점포별로 원두 셀렉션의 차이는 꽤 있습니다. 대부분 해당 점포 브랜드나 파트너사의 원두에 가장 큰 커피 섹션을 할애하는데, 이 경우 원하는 만큼 봉투에 덜어서 분쇄해 갈 수 있도록 홀빈 디스펜서를 설치해 판매하 곤합니다. 그 외 12온스(약 340g)의 동일한 사이즈로 포장된 스타벅스나 피츠커피 같은 대형 커피 전문점과 지역 로스터들의 원두들은 진열대에 나란히 놓여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엔 커피 추출을 위한 각종 필터와 도구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인스턴트 커피들을 위한 공간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는 듯하네요.

홀빈 원두를 종류별로 비치해 놓은 원두 디스펜서와 종이 백

또한 그동안 가격으로만 경쟁하던 점포 브랜드 커피가 커피 애호가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곳도 있군요. 인디 커피 로스터에서만 보던 단일 원산지의 공정무역(Fair Trade), 직접무역(Direct Trade), 컵 오브 엑설런스(Cup of Excellence: 국제 커피 감정사들의 공개 심사를 통해 선별된 최고급 커피들을 인터넷 경매로 판매하는 시스템)커피들이 최근 한 마트에 등장했습니다.

미국 유통업체 Target에서 최근에 새롭게 런칭한 하이엔드 점포 브랜드 커피들

그동안 점포 브랜드 커피엔 거의 눈길도 주지 않았었는데 우연히 발견하고는 꼼꼼히 살펴보게 되더군요. 뭐, 여전히 대량으로 유통되는 통에 볶은 날짜나 신선도를 확인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그동안 향을 입히거나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커피들을 심드렁하게 판매해왔던 점포 브랜드로서는 큰 발전이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로컬(Local) 딱지가 붙어 있는 원두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말 그대로 근처 소규모 로스터리에서 볶은 신선한 커피 원두를 살 수 있기 때문이죠. 대형 커피 전문점 원두들이 보통 볶은 날짜 대신 터무니 없이 긴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것과는 달리, 조금 비싸더라도 볶은 날짜와 원산지, 커피 특징을 성실하게 표기한 지역 로스터의 커피에 손을 들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코가 높은 블루마운틴 커피라도 신선해야 제맛이니까요. ^^;

다양한 로컬(Local) 커피를 판매중인 Whole foods 마켓

사실 어느 도시나 좋은 카페, 좋은 커피 로스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수의 카페가 그 지역의 커피 문화를 대변할 순 없죠. 얼마 전 서울에서 마트와 편의점에 빼곡히 진열된 각종 레디 투 드링크(Ready-To-Drink)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들을 보며 잠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급할 때 잠시 달곰하게 즐기는 만들어진 커피들도 좋지만, 직접 내리는 신선한 원두커피가 주는 맛과 향, 그리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의 가치를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말이죠.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과 로스터리 카페들이 빼곡한 한국. 해가 다르게 대중들은 다양하고 신선한 진짜 커피를 집에서도 즐기기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 마트들에서는 인스턴트 커피나 터무니 없이 비싼 수입 원두들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더군요.

이제 오며 가며 동네 마트나 구멍가게에 슬쩍 이야기를 흘려보는 건 어떨까요? 이 근처 아무개씨네 커피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거기 원두 좀 갖다 놓으시면 잘 팔릴 것 같다고…

곧 내가 사는 동네부터 커피 향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요.

“골라읽는 재미가 있는 콩부인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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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 go to see daily a few web sites and sites to read articles, but
    this webpage provides quality based 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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