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블러스(Ma’velous)한 에스프레소 한잔의 문제
사실 그날 그 한잔을 마시기 전까지 그녀의 기분은 참 뭐 같았다. 일주일째 비가 내리는 것도 모자라 우중충한 토요일 오후, 자꾸 의식하게 만드는 다운타운의 홈리스들, 그리고 지루한 토요일 오후 끝에 결국 사소한 것에 터져버린 그들의 다툼.
티격태격하던 말다툼을 잠시 멈추고 카페 Ma’velous의 문을 열고 머쓱하게 들어선다. 느즈막히 주말 오후 손님을 정겹게 맞이하는 바리스타에게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드는 두 사람. 애써 안면근육에 힘을 주어 한쪽 입꼬리를 올려 간신히 웃으며 에스프레소 한잔과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불편한 공기. 이미 바리스타는 그들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다.
급한대로 스텀타운(Stumptown)의 Bolivia 핸드드립(pour over) 한 잔과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의 에스프레소 블렌드 블랙캣(Black Cat)을 주문하고 서로 시선을 피해가며 어색하게 앉는 두 사람. 그리고 또다시 불편한 침묵. 잠시후 커피를 한 잔씩 앞에 두고서야 그들은 잠시 휴전한다.
달콤한 오렌지의 향과 살짝 그을린 흙설탕의 끝맛이 감미로운 에스프레소가 잠시나마 그녀의 이마에 곤두서있던 신경들을 풀어주는 듯 했다. 하지만 긴 휴전을 하기엔 그녀의 에스프레소 잔은 그의 커다란 머그에 비해 너무 작았다. 순간 그녀의 아쉬운 얼굴에서 빙하가 살짝 갈라지는 틈을 본 그.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큰 컵을 한번 들이 밀어 보이고는 볼리비아 커피를 맛있게 홀짝인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바로 적중. 뾰루퉁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 아까부터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바리스타 필립(Phillip)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홧김에 한잔에 12달러나 하는 커피 콜렉티브(Coffee Collective: 북유럽 유명 로스터)의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그녀. 그리고 기회를 놓칠새라 그녀 대신 재빨리 카드를 내미는 그. 아직은 삐죽거리는 그녀의 입.
일본의 오래된 카페 마스터 분위기를 풍기는, 검은 베스트에 흰 셔츠가 깔끔한 바리스타이자 주인장 필립. 뾰로통한 얼굴로 불과 5분만에 두번째 에스프레소를 연달아 주문하는 여자와, 결제를 대신하는 남자의 모습이 마냥 귀엽다. 애써 웃음을 참고 기분좋게 마지막 남은 덴마크산 원두 한봉지를 가위로 뜯어낸다. 재빨리 그라인더 한 통을 비워내고 저들의 밸런스를 찾아 줄 에스프레소 한 잔에 집중하는 필립. 첫번째, 두번째…세번째 잔쯤 되니 화사한 기운의, 음양이 조화로운 에스프레소의 풍미가 살아난다.
이제서야 그녀의 눈에 들어 온 화려한 주문제작(Custom-made) 라마르조꼬 (La Marzocco) 에스프레소 머신. 네이키드 포타필터(Naked or Chopped Portafilter: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모습을 보다 자세히 볼 수 있게 디자인 된 포타필터)에서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에스프레소에 그새 마음이 찐득하게 녹아든다. 벌써 세잔째 테스트샷을 뽑아 맛을 보고 버려내는 바리스타. 이미 버려진 잔들만 해도 $10어치는 족히 될 것 같다. 뒷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중해서 계속 샷을 뽑아내는 통에 이젠 그녀가 더 멋적은 상황. 하지만 곧, 살짝 긴장하며 내어준 예사롭지 않은 색상의 얼마전 다큐에서 본 하이에나 점박이가 살짝 비치는 듯한 에스프레소 한잔.
애써 턱을 들어올리고 보란듯이 그의 앞에 앉아 에스프레소 잔을 코로 가져가는 그녀. 하지만 곧 미소를 짓고 마는데… 한껏 무르익은 과일 바구니에 코를 파묻은 듯 싱그럽고 화사한 향에 취해 몇번이고 킁킁거리다 자신도 모르게 결정적 화해의 미소를 그에게 이미 흘려버린 것. 애써 전의를 가다듬어 보지만, 에스프레소 한모금에 무장해제된 그녀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진짜 맛있어. 마셔봐~’ 라고 말한다. 이때를 놓칠새라 ‘진짜?’하며 냉큼 잔을 받아드는 그.
탄산을 넣어 절인듯한 오렌지 마말레이드의 풍미, 그리고 언뜻언뜻 나타나는 잘 익은 복숭아와 망고, 밝고 경쾌하지만 미간이 찌푸려지지 않는 적절한 신맛과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입안을 꽉 채우고 사라지지 않는 과일향과 완벽한 밸런스, 깔끔한 후미까지… (carbonated orange marmalade, ripe peach, mango, pleasant and bright acidity, creamy body, lingering fruity aroma, perfect balance and clean finish… ) 바리스타가 정성을 다해 찾아낸 그 한잔이 결국 그와 그녀의 잔뜩 흐트러졌던 신경세포 하나하나의 밸런스를 되돌려 놓은 것 같았다.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보이자 테이블로 다가와 소감을 묻는 바리스타 필립. 그리고 합창하듯 그의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인한 하루의 반전, 그리고 남은 오후의 완성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두 사람.
결국 마블러스(Ma’velouos)한 에스프레소 한잔의 문제였음을…
http://maveloussf.com/ (짧은 단편 형식으로 카페 소개를 시도해 봤습니다. 즐거우셨기를… ^^;)
-샌프란시스코 Market st.에 위치한 마블러스 카페는 사실 커피가 주력이지만, 저녁엔 와인과 맥주도 마실 수 있는 멀티 바입니다. 특히 커피의 경우 스텀타운과 인텔리젠시아 원두 외에도 미국에서 유일하게 북유럽 원두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또한 에스프레소 뿐만 아니라 사이폰, 더치커피, 핸드드립과 같이 다양한 추출도구를 갖추고 있더군요. 단, 북유럽 원두의 경우 꽤 비싸게 배송되서인지 고가의 스페셜티 에스프레소로만 매장에서 마셔볼 수 있네요. 덕분에 가격과 수입 원두의 신선도에 관해서는 업계의 혹평이 있기도 합니다.
-일요일엔 쉬는군요. ^^;
information, report, data, intelligence
Please inform us of any changes of coffee
Please Let Me Know coffee inform…
thank
Rick river
April 3, 2011 at 5:06 am
That\’s raelly thinking out of the box. Thanks!
Kaylee
January 14, 2012 at 4:51 am